에스카다와 함께 독일 패션 브랜드를 대표하는 질 샌더는 ‘절제와 순수의 창조자’, 혹은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로 불린다. 그는 뉴욕의 도나카란, 밀라노의 마우치아 프라다, 런던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과 함께 영향력 있는 여성 디자이너중 한 사람이며 ‘90년대의 아르마니’로 불리기도 한다.
함부르크 출신으로 섬유공학을 전공하고 패션 기자 생활을 한 질 샌더는 1968년 25세에 처음 브랜드를 내놨고 5년후에 ‘질 샌더’라는 이름으로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 후 그가 다른 디자이너와 구별되는 것은 금욕주의적인 단순미였다.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가장 적은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철학 아래 현대적 미를 구축해온 질 샌더의 가치는 동양의 정신에 가깝다. 질 샌더는 독일 뿐 아니라 자신감 넘치는 전세계의 캐리어우먼과 상류층 여성들, 그리고 위노나 라이더 샤론 스톤 엠마 톰슨과 같은 스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검정 회색 흰색을 바탕으로 하고 모든 장식을 배제한 깐깐한 의상들에 대해 ‘요즘 시대 패션의 혼돈에 의해 질 샌더의 인기가 상승한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질 샌더의 디자인 컨셉은 소재에 대한 연구와 재단의 완벽성을 기초로 한다. 이러한 성실함과 정직함은 1977년에 발표한 향수 ‘순수한 여자’ ‘순수한 남자’에 집약적으로 나타난다. 이 향수는 향의 순수함 뿐 아니라 단순히 서로 쌓아올린 2개의 병으로 만들어진 향수디자인으로 더 유명하다. 이 향수병은 뉴욕의 현대예술 박물관에 전시돼있다.
디자이너에게 어려운과제, 즉 과감하게 버리는 것을 택했던 질 샌더는 고집스러운 작업을 중단하고 수석디자이너 자리를 밀란 부크미로비크에게 넘겨준다고 한다. 구찌와 크리스찬 라크르와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그는 질 샌더의 정신을 계승하면서 여성의 고혹적임을 가미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가장 좋은 것을 사라. 하지만 가장 적게 사라.’
‘옷은 여성에게 상승의 기회를 준다. 지금 입고 있는 옷으로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곤 했던 자신있는 디자이너 질 샌더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저가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을 때도 끝까지 그의 가치를 지키고자 했다.
여성을 ‘자유롭게’ 해준 복장과 자신의 이미지가 심어진 디자인으로 코코 샤넬과 비교되는 질 샌더가 샤넬처럼 더욱 매력적으로 거듭날지 궁금하다.
장현숙(보석디자이너) client@jewelbut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