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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세월도 피해가는 '37세 싸움닭'

입력 | 2001-07-25 18:44:00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던집니다.”

‘촛불은 꺼지기 바로 직전에 가장 환한 빛을 낸다’고 하던가.

올해 37세로 그라운드에서는 ‘환갑 진갑 다 지난’ 두산의 ‘팔색조’ 조계현. 팀 후배 가운데 올초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보다 18세나 많다. 89년 프로에 뛰어들어 강산이 한 번 변할 시간도 훌쩍 넘겨 13시즌째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현역 선수 가운데 한화 김정수(39) 다음으로 최고령. 25일 현재 통산 253경기에 선발 출전해 삼성 이강철(263경기)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그런 조계현이 세월의 흐름을 돌려 놓으려는 듯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조계현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3삼진 6안타 1 볼넷으로 2점을 내주며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4월12일 수원 현대전 이후 3개월여만의승리로 시즌 2승째. 특히 9승으로 다승 공동 2위를 달리던 SK 에이스 에르난데스와의 맞대결에서 이겨 기쁨은 더욱 컸다.

삼성에서 뛰던 99년 처음으로 단 1승도 올리지 못하는 수모를 당한 조계현은 두산으로 옮긴 지난해 7승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하지만 올 시즌 초반 첫 승을 거둔 뒤 팔꿈치와 어깨 부상으로 긴 슬럼프에 빠졌다.

지난달 13일에는 스스로 2군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제대로 던지지도 못하는데 1군에 계속 머물며 노장 취급받기 싫었다”는 게 그 이유. 2군에 내려간 그는 부상 치료를 위해 일본 돗토리현의 재활센터로 건너갔으나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될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컨디션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자 이달초 1군에 전격 복귀, 12일 해태전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여기서 조계현은 타선 지원을 못 받아 비록 패하기는 했어도 8이닝동안 3실점을 하며 호투, 재기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두산 김인식 감독은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준다”며 “나이를 극복하고 중요한 고비에서 풍부한 경험으로 제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칭찬했다.타고난 체력 덕분에 보약 한번 먹지 않았다는 조계현은 부상만 없다면 앞으로 3∼4년은 충분히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조계현은 “앞으로 몇 승하겠다는 목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던질 따름”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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