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 의원은 16일 자신의 홈페이지(www.sadug.or.kr)에 김병관(金炳琯)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부인 안경희(安慶姬) 여사의 별세와 관련해 ‘국격(國格)을 위해’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은 그 요지.
이건 투신자살이 아니라 권력의 살인이다. 권력은 밝히고 통회(痛悔·뼈저리게 뉘우침)해야 한다. 무엇을 얼마나 모질게 파헤치고 괴롭혔는지, 그 행태와 목적을 밝히고 통회해야 한다.
권력은 또한 대답해야 한다. 같은 잣대와 행태로 자신이 닦달받았을 때, 과연 스스로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나는 그 대답을 안다. 그들도 안다.
그걸 알기에 나는 진작부터 말해왔다. 정권이 바뀐 다음 내가 어느 위치에 있을지 몰라도, 나를 타넘지 않고서는 옛날 민주화동지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다(고).
권력에 묻는다. 하늘에서 손자며느리의 주검을 지켜봤을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 선생에 대해 생각해 봤는가. 건국 이후 이 나라를 건사했던 분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보살핌을 받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중학 시절의 한문 선생님은 인촌이 돌아가신 날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만시(輓詩)를 읊으셨다.
‘우이동 지는 해와, 정읍 진해 새는 밤에, 사십년 하고 해도, 끝을 맺지 못하던 말, 님 가신 기별 듣던 날, 궂은 비도 오더라.’
독립운동을 하셨던 우리 선생님은 그렇게 인촌 선생을 기렸다. 그만한 분이 세웠고 그만한 정신을 이어받았으니까 (동아일보는) 그 어려웠던 시절 야당투사 김대중(金大中)을 감쌌던 것이다. 지금 벌어진 이 일이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이대로 가면 우리 사회가 해체되고 나라가 서지 못한다. 이제 모두 정상을 되찾자. 권력은 자신과 주변에게 근엄한 수준 이하에서 타인에게 근엄하고, 언론사는 역사 앞에 사과할 일을 사과함으로써 권력이 너그러움을 되찾도록 도와주자.
우선 영부인(이희호·李姬鎬 여사)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인신 구속부터 신중하게 재검토하자. 이래야만 민주공화국이 유지되고 국격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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