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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대근/'왕가뭄'

입력 | 2001-06-11 18:27:00


아무리 과학이 발전해도 인간이 자연을 이길 수는 없다. 반세기가 넘도록 기후를 바꿔보려는 인간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가뭄 홍수 폭설 등의 자연재해는 여전하다. 기상조절로 재해를 면하기는커녕 갈수록 기상이변이 뚜렷해져 지구촌 곳곳에서 ‘난리’가 벌어지고 있다. ‘대자연의 복수’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인류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이를 변화시키고 있는 데 대한 응징이라는 것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 미국 중국 이스라엘 등 20여개국이 기상조절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1932년 세계 최초로 ‘인공비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이 분야에서 단연 앞서 나가 상당한 기술을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은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일 뿐 실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장기적인 가뭄극복 대책의 하나로 1999년 한-러 기상협력회의에서 인공강우 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으나 예산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4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기록적인 가뭄으로 전국에 비상이 걸렸다. 남한 지역은 90년만의 대한(大旱)이며 북한은 이보다 더 심해 ‘1000년만의 왕가뭄’이란 말까지 나왔다. 북한의 기상수문국 관계자는 얼마전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이번 가뭄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1000년에 한번이나 있을 수 있는 왕가뭄”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요즘 동북아시아 지역이 모두 가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국의 한 시(市) 정부는 최근 시내 목욕탕에 대해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정치권도 뒤늦게 정쟁(政爭) 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뭄현장을 찾는 여야 지도부의 발길도 부산하다. 그러나 농민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은 것 같다. 방해만 된다는 얘기다. 민심이 아니라 단지 표를 의식한 겉치레 방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부모묘 이장으로 구설에 오른데 이어 지난 주말 ‘가뭄 난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골프를 즐겼다니 정치인에 대한 농민의 불신이 오죽하겠는가.

dk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