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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범수-진양혜부부의 육아법]"동화 주인공이 나랑 똑같네"

입력 | 2001-05-23 18:54:00


“엄마, 찬유에게도 삼보 이야기 해줄 거야?”

이제 태어난 지 5개월 된 동생을 어르며 놀던 큰아이가 갑자기 질문을 던진다. 난 반가운 기색에 “물론이지” 하고 대답을 하니 “어! 삼보는 난데…”라고 말한다. 삼보는 큰아이와 내가 같은 눈높이로 대화할 수 있게 만들어 준 동화 속 주인공이다. 아이가 두 돌이 지나면서 점차 자기 의견을 주장하고 고집을 부리는 일이 많아졌다.

무조건 “안돼”, “해”라고 말할 수도 없고 논리적인 설명으로 이해시키기에는 아이가 너무 어렸다.

좀 쉬운 방법으로 아이와 말을 할 수는 없을까? 그 때 찾아낸 방법이 바로 ‘삼보 이야기’를 통한 의사소통이었다. 큰아이는 ‘꼬마 친구 삼보’라는 그림 동화를 유난히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큰아이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나, 엄마가 직장에 가 있는 동안 아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삼보를 통해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야채를 몹시 싫어하는 큰아이에게 “삼보는 오늘 몹시 화가 났어요. 왜냐하면 점심 반찬으로 시금치를 먹어야 했기 때문이었어요”라고 이야기를 건넨다. 물론 주인공의 이름만 삼보로 바뀐 바로 큰아이의 이야기다.

아이는 ‘어쩜 나랑 똑같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에 폭 빠져들고 자신의 생각을 서슴없이 이야기한다.

“찬호도 시금치 먹기 싫은데, 삼보도 시금치가 물컹물컹한 것이 싫어서 그럴 거예요. 그런데 엄마, 삼보 엄마도 직장에 다니나요?”

이야기는 아이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지만 결과는 늘 아이가 삼보의 입장을 이야기하고 나는 ‘현실 속의 삼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어느새 삼보는 마치 큰아이의 친구 같은 존재가 돼버렸고 난 아이의 생각을 잘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아이에게는 어떤 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아이들이 상대의 입장이 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도덕성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물론 큰아이는 지금은 엄마와 나눈 수많은 삼보 이야기가 바로 자신의 이야기였다는 걸 안다. 그리고 문득문득 아직도 꼬마 삼보를 떠올리며 즐거워한다. 아마 동생을 보며 이렇게 얘기할지도 모른다.

“찬유야, 너도 곧 엄마가 해주는 삼보 이야기를 듣게 될 거야. 하지만 삼보의 정체는 이 형 정도는 돼야 알 수 있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