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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권대표 '대선후보 조기가시회론' 배경은?

입력 | 2001-05-02 23:36:00


4·26 지방선거 재 보선 참패로 민심의 현주소를 확인한 여권은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 하에 전열 재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가 2일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론을 강력히 시사한 것도 여권의 이런 판단 때문인 듯하다.

▽급부상하는 후보 조기가시화론〓김대표가 이날 당출입 여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후보 조기가시화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권 전체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에 앞서 김대표는 당무회의에서도 이례적으로 ‘대선주자’ 또는 ‘예비후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대선주자들의 행보 문제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여타 대선주자들의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었다.

김대표는 자신의 발언이 곧바로 ‘대선후보 조기가시화’를 건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발언 수위를 낮추기는 했다. 김대표는 김대통령이 이미 전당대회 시기문제는 당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자신의 발언은 그같은 총재의 지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당의 뜻을 모아 건의하겠다는 얘기였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여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표는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라며 김대표의 발언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대통령이 차기 후보군 중 한 사람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총사령탑으로 전격 기용하는 ‘정면돌파론’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 관계자는 “그렇다고 지방선거 ‘간판’이 꼭 차기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꼭 대선후보 경선을 앞당기자는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대표의 이날 발언도 여기에 가까운 것 같다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대표가 ‘대표 프리미엄’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DJ의 재신임을 얻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게 아니냐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나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 진영에서 “지금은 그런 논의를 할 시기가 아니다”며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김대표 발언의 배경이 어느 쪽인지 아직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최고위원에 대한 주문〓이런 가운데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가 최근 이 최고위원에게 강한 어조로 몇가지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연정치’를 하되, ‘대권―당권 분리론’이나 ‘전후세대 대통령론’ 같은 얘기를 하는 것보다는 국정을 홍보하거나 한나라당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리더십 부재를 비판하는 데 주안점을 두라고 조언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또 “그렇게 해야 ‘이회창 대(對) 이인제’ 구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고, 김 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권 인사들은 이 관계자가 이 최고위원을 여권의 차기후보로 상정하고 이같은 조언을 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유력한 주자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 얘기였을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의 조언이 김대표의 ‘후보 조기가시화’ 발언과 거의 동시에 흘러나오자 여권내에서는 그동안 잠복해있던 ‘이인제 조기가시화론’을 둘러싸고 구주류와 신주류 사이에 민감한 갈등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