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에스트라다 당시 필립핀 대통령이 연설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졌을때 그의 주머니에서 약병 하나가 떨어졌다. 주위의 시선이 쏠렸던 그 약병은 다름아닌 비만치료제의 일종인 제니칼. 당시 이 약은 ‘대통령이 먹는 약’으로 화제를 모았다.
현대 문명은 인류에게 물질적 풍요로움과 생활의 편리함을 준 반면 비만이라는 ‘불치병’을 안겨주었다. 갈수록 비만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속속 보고되고 날씬함이 미의 상징으로 인식되면서 ‘살과의 전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욕 등과 함께 인간의 기본욕구인 식욕을 억제하는 노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때문에 식욕을 만족시키면서도 살을 뺄 수 있는 ‘비만치료제’의 개발은 수많은 사람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제니칼은 이런 소망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약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비만치료제들이 주로 식욕을 억제시켜 비만을 치료했던 반면 제니칼은 세계 최초로 음식물의 체내흡수를 막아 대변으로 배설시켜 체중을 줄여주는 효능을 발휘했던 것.
이 약은 스위스의 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연구원이 스페인 여행 중 가져온 흙에서 발견된 세균에서 지방의 분해를 억제하는 물질을 추출해 개발됐다. 단백질과 탄수화물보다 열량이 높고 쉽게 축적되는 지방은 비만의 ‘주범’.
특히 기름진 음식섭취가 늘어나면서 비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이 약은 좋은 비만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또 장기복용시에도 별다른 부작용이 없으며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 등에도 개선 효과도 있다.
김경수(여의도 성모병원 가정의학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