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4∼12월 주식투자에 실패해 약 8435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년엔 1조8410억원의 흑자를 낸 생보사들이 1년만에 적자로 반전된 것.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지난해 3·4분기 결산실적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23개 보험사의 ‘보험손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약 4조원 늘었으나 ‘투자손익’은 2조8356억원 줄었다.
▽적자는 투자 실패 때문〓보험사들은 투자부문에서 일정 수익을 예상하고 고객에게 받을 보험료를 정한다. 이 때문에 투자수익이 예상치에 못미치면 적자가 난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주식시장 침체로 4∼12월 영업기간동안 생보사들의 투자부문 수익은 전년보다 약 2조8000여억원이 줄어든 3조2443억원에 그쳤다. 그만큼 손익에 부담이 커지면서 ‘계약자배당전 손익’에서 8435억원의 적자를 냈다. 흑자를 낸 생보사는 삼성 푸르덴셜 등 9개사로 총 흑자 규모가 1513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보험손익(수입보험료―지급보험금―사업비)’에선 전년보다 약 4조원 늘어난 2조8532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실제 각 보험사의 경영효율은 △신계약률이 전년의 31.6%에서 40.4%로 △보험금지급율은 94.0%에서 81.7% 등으로 전반적으로 개선됐다. 여기다 신계약건이 늘면서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용으로 비용처리되는 ‘책임준비전입액’이 6조385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3개 생보사 2000년4~12월 경영실적▼(단위 : 억원)
생명사
보험손익
투자손익
책임준비금전입액
계약자배당전손익
대한
11,284
4,771
18,400
-2,832
제일
-554
1,204
1,640
-1,117
삼성
37,219
12,182
47,045
377
흥국
-1,668
2,240
113
269
교보
-379
5,897
8,263
-3,716
대신
-3,687
345
-3,147
-221
현대
-3,648
323
-2,903
-677
신한
-2,369
662
-1,702
-52
럭키
-512
43
-344
-129
금호
-2,407
1,009
-1,428
-15
SK
-3,392
533
-2,357
-534
한일
-1,657
-12
-1,519
-310
동부
-490
255
-277
15
동양
-395
1,185
580
148
메트
100
321
331
67
삼신
-2,942
189
-2,605
-170
영풍
-86
39
-57
9
뉴욕
-48
4
-4
-44
푸르덴셜
1,174
74
857
367
ING
2,594
110
2,555
131
프랑스
-76
7
-19
-88
라이나
213
41
113
130
아메리카
258
21
317
-43
합계
28,532
31,443
63,852
-8,435
▽외국사와 수익 집중〓흑자를 낸 국내 생보사는 삼성(377억원) 흥국(269억원) 동양(148억원) 동부(15억원) 영풍(9억원) 등 5개 업체뿐이다. 업계 2, 3위인 교보생명과 대한생명도 각각 3716억원, 283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나 합작 보험사의 성적은 나은 편이다. 보험사 9개 중 푸르덴셜(367억원) ING(131억원) 라이나(130억원) 메트라이프(67억원) 등 4개사가 흑자를 냈으며 흑자폭은 전년에 비해 약 2배 정도였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보험사들이 수익과는 상관없는 양적 팽창에 치중한 동안 외국계는 질적 경영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식 줄이고 채권투자 늘렸다〓주식투자 비율은 전년 9.8%에서 4.5%로, 수익증권도 15.3%에서 8.8%로 낮췄다. 자산의 안전한 운용을 위해 등락이 심한 주식의 보유비율을 줄인 것이다. 금감원측은 “주식보유 비율을 낮춘 만큼 웬만큼 주가가 떨어지지 않는 한 추가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채 회사채 특수채 등 채권투자비율은 전년 13.1%에서 20%로 크게 늘였다. 최근 들어 대형사를 중심으로 미국 등 해외 투자도 늘었다. 해외증권 투자비율은 전년 2.3%에서 2.9%로 높아졌다.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