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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즘 읽는 책]박지향-'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입력 | 2001-02-23 18:48:00


◇재미있는 경제학

‘정보와 재미’가 비교적 쉽게 결합될 수 있는 것이라면 ‘지식과 재미’는 도무지 함께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러나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이승환 옮김·김영사·1994)는 이런 일반론을 뒤집어 놓는 빼어난 책이다.

아담 스미스로부터 케인스를 거쳐 오늘날 통화주의자들에 이르기까지 경제사상을 일괄하는 이 책은, 읽으면서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게 하고, 읽고 나면 경제학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뿌듯함을 선사해준다.

◇스미스부터 현대학자까지 망라

경제의 세계화가 삶의 기본이 된 지금, 그 이론적 기반을 정립한 스미스와 리카도의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은 아주 좋은 길잡이가 된다.

스미스의 위대한 저서 ‘국부론’은 그가 지루한 여행에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쓰기 시작한 책이었다. 리카도와 맬서스는 성격이나 그 주장하는 바가 극단적으로 반대였지만 평생 둘도 없는 친구였다.

20세기 전반기 최고의 경제학자인 케인tm는 자신의 재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난 어쩌면 경제학에 소질이 있는지도 몰라’하고 친구에게 토로했다. 밀튼 프리드먼은 자나깨나 정부예산 축소를 주장했기에, 강의시간에 졸던 학생들은 프리드먼의 허를 찌르는 질문에 대해 ‘정부예산 축소’라고 대답하기만 하면 언제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소한 위트가 장마다 가득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미스 이래 경제학자들의 근본적인 문제이며 어쩌면 인류가 영원히 짊어지고 가야 할 짐, 즉 어떻게 한정된 자원으로 인간의 무한한 욕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성찰의 무게가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위트 곁들여 경제궁금중 풀어줘

경제학 교수들도 설명하면서 자주 실수하고 만다는 리카도의 비교우위론은 ‘자유무역을 해야만 우리 모두가 다같이 잘 살 수 있다’는 주장을 지지해주는 이론적 기반이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도 부크홀츠의 입심에 의해 쉽고 재미있게 소화돼 버린다. 관료와 입법가들은 어째서 훌륭한 정책을 마다하고 종종 열악한 정책을 택하는가에 대한 우리의 궁금증도 그가 설명하는 공공선택학파의 이론으로 해소된다.

결국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피해자가 생기게 마련이고, 좋은 경제정책이란 피해자가 발생한다하더라도 사회 전체가 누리는 혜택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라는 그의 명쾌한 설명은, 모두가 서로 피해자임을 주장하면서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이렇게만 가르치고 쓸 수 있다면!”하는 바램을 가지게 됐다. 그런 재능을 활용하기에 상아탑은 너무 좁았는지 부크홀츠는 지금 대학을 떠나 있다. (서울대교수·서양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