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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사람 세상]"바둑도 수사도 '正手'가 신뢰 받아요"

입력 | 2000-10-03 18:44:00


송광수(宋光洙·50) 부산지검장은 국내 800만 바둑 인구중에 200명도 안되는 한국기원 공인 아마 6단이다. 지난해 대구지검장 시절 하찬석 8단과 2점 바둑으로 시험기를 뒀다. 비록 지긴 했지만 아마6단이 충분한 실력이라는 평가 아래 6단 인허(認許)를 받았다. 본인은 ‘빽’이 작용했다고 겸손해 하지만 흔히 아마추어들이 말하는 ‘강1급’의 칭호를 받아도 손색없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당연히 검찰내에서도 최고수다. 안강민(安剛民) 전대검중수부장이나 홍경식(洪景植) 성남지청장도 그에게 흑을 잡고 둔다.

송검사장은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기 직전 봄방학 때 바둑을 배웠다. 그 흔한 스승도 없이 서점에서 ‘입문에서 초단까지’라는 바둑책을 사 일주일 동안 10번을 보며 달달 외웠다. 기원에서 기력 테스트를 받은 결과 12급으로 판정받았지만 송광수 학생에게는 성에 찰 리가 없었다. 학교를 마치면 매일 기원에 드나들다시피 했다. 당시 유행했던 일본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 9단의 ‘묘(妙) 시리즈’를 사기위해 청계천 바닥을 이잡듯 뒤지고 다닐 정도로 열성이었다. 1년만에 3급이 됐고 고1이 끝날 무렵엔 1급 소리를 듣게 됐다. 유건재 6단이 서울고 동기.

“당시 제가 유6단보다 조금 셌지요. 나는 학업의 길로, 유6단은 프로의 길로 나간 것 뿐이지요.”

요즘도 유6단과는 종종 만나 2점을 놓고 바둑을 둔다.

송검사장은 이창호 9단의 열렬한 팬.

“무게가 있고 신중하고 잘난체 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길만 걷는 모습이 보기 좋습디다.”

그의 바둑 역시 이9단을 닮아 참고 기다리는 형이다. 그와 바둑을 둬본 사람들은 ‘질긴’ 바둑이라고 평한다. 뭉툭하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두기 때문에 여간해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

그의 바둑 이력은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차장, 동부지청장 등 요직을 역임한 검찰 경력만큼이나 화려하다. 학창 시절 서울대 법과대 바둑대회가 열리면 동기인 현재현(玄在賢) 동양그룹 회장과 번갈아 우승을 차지했다. 89년 과천청사 공무원 바둑대회, 92년 중앙부처 공무원 바둑대회에서 단체전 주장으로 나가 우승했다. 또 서울지검 차장시절인 96년 전국 직장인 바둑대회에서 16강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의 성격 만큼이나 바둑론도 명쾌했다.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암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걸 상대방이 간파해 버리면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검찰 수사에서도 ‘암수’를 쓰면 당장 좋은 효과를 볼 것 같지만 결국은 패착이 돼버리는 수가 많아요. ‘정수’로 가야 외부의 신뢰를 받고 수사결과도 좋습니다.”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