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단독주택가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정관씨(38·분당구 수내동)는 매일 주차전쟁을 치르고 있다. 정씨는 “잠시 배달을 다녀오면 가게 주변 골목길이 이미 다른 차량들로 꽉 차 있다”며 “집이 있는 수내동 주택가도 늦게 귀가하면 차를 세울 곳이 없어 마을을 몇 바퀴씩 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차 차량들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가게 앞에서 평균 2주일에 한 번씩은 교통사고가 일어난다”며 “일방통행로 지정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등 신도시 내 단독주택가와 중심상업지역의 주차난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아파트 단지와 달리 단독주택가는 급증하는 차량과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조성 당시 쾌적했던 주거환경이 이미 사라져 버렸다.
분당 지역 주차공간은 8월말 현재 12만5079면으로 차량 등록대수 11만2904대(주차장 확보율 110%)에 비해 아직 수치상으로는 1만2175대분의 여유공간이 남아 있다. 그러나 이는 아파트 단지와 역세권 환승주차장, 주차빌딩까지 포함한 것으로 3009필지에 이르는 정자동, 수내동, 신기동, 금곡동 등 8개 지역 단독주택가는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일산 신도시는 공영주차장이 5개소 1100면에 불과해 이미 차량 등록대수가 주차면적을 초과한 상태. 때문에 일산4동, 마두동, 장항동, 대화동 등 5900필지의 단독주택가 주민들은 주차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고 인근 이면도로는 밤이면 불법 주차장으로 둔갑하고 있다.
주택가의 주차난은 한정된 주차면적에 비해 차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 대부분 주택 한 채에 5∼7가구, 전세 수요가 늘면서 많게는 12가구까지 살고 있지만 정작 주차장은 2∼4면이 전부다. 더욱이 조성된 주차장들도 건축허가를 얻기 위해 지어지다보니 화단과 공간으로 놀리고 있고 제대로 사용되는 곳이 적다. 주택 1층에 음식점과 카페, 오락실 등 근린 생활시설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차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인.
백화점과 쇼핑센터, 유흥가, 사무실 등이 밀집해 있는 중심상업지역과 대형 유통센터 주변도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남 농협 농수산물유통센터와 이마트, 삼성플라자, 실내 경마장 주변은 주말이면 몰려드는 차량들로 인근 간선도로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분당구청이 올 6월까지 중심상업지역에서 불법 주정차에 대해 단속한 실적을 보면 서현역 주변 8652건, 야탑역 주변 7451건, 미금역 주변 3193건 등 모두 2만6611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70% 가량 늘어났다. 일산도 올 6월까지 불법 주정차 2만742건을 적발했다. 대부분 중심상업지역인 주엽역과 마두역, 호수공원 일대에 몰려 있다.
경원대 도시계획학과 김형철 교수(46)는 “현재의 주차장법과 건축법이 한 가구 당 한 대씩의 차량소유를 전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론 가구 당 한 대 이상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 심각한 주차난이 발생하고 있다”며 “관계법령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먼저 일반통행로 지정과 거주자 우선 주차제를 실시해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영업용 차량에 대해 실시 중인 ‘차고지 확보제’를 자가용 차량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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