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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최재천/'남성' 남성우월시대 종말 예견

입력 | 2000-01-14 18:50:00


▼'남자' 마틴 데일리 외 지음/궁리 펴냄▼

과학계는 21세기를 생명과학의 세기라 부른다. 사회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고 삶의 질을 중시하는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피부로 가장 가까이 느끼게 될 21세기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세기’일 것이다.

99년 미국에서는 남성 우월시대의 종말을 예언하는 책들이 잇달아 출간됐다. 뉴욕 럿거스대학의 저명한 인류학자 라이오넬 타이거가 ‘남성의 몰락’을, 뒤이어 같은 과 교수이자 우리에게는 ‘사랑의 해부학’으로 이미 친숙한 헬렌 피셔가 ‘제1의 성’을 출간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퓰리처상 수상기자인 수전 펄루디가 ‘스티프트(Stiffed)-미국 남성의 실추’라는 책에서 현대 남성들의 불쌍한 처지를 묘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책들은 모두 가부장적 가치관과 남성 위주의 사회구조가 빠른 속도로 붕괴하며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급상승할 것을 예견한다. 때마침 이같은 주장들에 과학적인 증거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이 우리말로 번역됐다. 남성의 유전적 특성, 건강, 섹스, 일등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을 비교적 쉽게 설명한 바로 이 책 ‘남자’다.

대부분의 동물들에 있어서 궁극적인 결정권은 거의 언제나 암컷에게 있다. 물론 번식에 관한 결정권을 말하지만 생물에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는가? 사슴이나 바다표범의 수컷들은 미리 암컷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독점한 후 그걸 미끼로 짝짓기의 권한을 얻는다. 인간사회의 남녀불평등도 아마 농경사회로 접어들어 남자들의 경제권이 커지면서부터 심화했을 것이다.

머지않아 여성들이 임신과 양육의 멍에를 벗고 남자들 못지않은 경제력을 구가할 날이 올 것이다. 지나친 남아선호로 여성을 엄청나게 ‘비싼’ 성으로 만들어놓은 우리나라는 훨씬 더 큰 변화를 겪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우둔한’ 남성들에게나 시대의 흐름을 이미 받아들이고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모하고자 하는 ‘재빠른’ 남성들 모두에게 풍부한 지식과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최재천(서울대학교 생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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