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30년 노하우가 결집된 자동차’
현대가 지난달 출시한 그랜저XG는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최초의 국산 대형승용차라고 불릴만한 자격이 있다.
그동안 현대는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변변한 대형승용차가 없어 엘란트라 아반테 쏘나타 등 중·소형승용차 위주의 수출전략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개발단계부터 미국시장을 겨냥한 그랜저XG는 기존 그랜저의 거품을 가격에서뿐만 아니라 차체 크기에서도 뺏다. 기존 그랜저는 권위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를 고려해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랜저XG는 또 국산 대형승용차가 대부분 뒷좌석 위주로 설계된 것과 달리 운전석에 앉는 순간 운전자 위주의 승용차란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졌다.
그랜저XG가 자랑하는 장점 중 하나는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운전하는 재미)가 가미된 대형 승용차라는 점.
운전석에 앉으면 먼저 자동과 수동이 결합된 H―메틱 자동변속기가 눈에 들어온다. BMW나 크라이슬러 등 외제 고급승용차에는 자동과 수동이 결합된 변속기가 장착됐으나 국산차중에서는 그랜저XG가 처음이다.
배기량 3천㏄인 그랜저XG Q30를 타고 번잡한 서울시내를 벗어나 자유로로 들어섰다.
먼저 변속기를 테스트했다. 변속기를 수동모드로 변환했다. 갑자기rpm이 올라가면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이 터져나왔다. 변속기 레버를 위쪽으로 툭툭 치자 기어 상태를 보여주는 계기판의 숫자가 3단에서 4단,5단으로 쑥쑥 올라갔다.
자동변속기를 싫어하는 수동매니어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수동기어의 맛을 흠뻑 즐길 수 있었다.
가속기를 슬쩍 밟았는데 속도가 순식간에 올라갔다. 시속 1백70㎞가 넘었으나 속도감을 느끼기 힘들었다. 차체가 도로에 바짝 달라붙은 느낌이었다. 다만 서스펜션이 약간 출렁이는 느낌을 줘 딱딱한 유럽형 서스펜션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는 약간의 불만이 될 것 같았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