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막오른 현대와 LG의 한국시리즈. 현대 김재박, LG 천보성 감독은 최상의 선수단 구성으로 우승을 향한 ‘수싸움’을 시작했다.
두 감독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선수는 조규제(현대)와 펠릭스(LG). 한국시리즈를 위해 거금을 들여 ‘모셔온’ 선수들이다.
7월31일 쌍방울에 6억원을 주고 데려온 조규제. 현대가 가장 두려워 하는 LG 왼손타자 라인을 돌파하기 위해 뽑아든 비장의 카드다. 조규제는 시즌중 자신이 충분히 몸값을 할 수 있음을 구단에 보여줬다. 이적 후 LG전 3게임에서 단 4실점하며 2승을 챙긴 것.
정민태 위재영 정명원으로 이어지는 현대의 오른손 선발진에서 그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선 그에 대한 김감독의 ‘러브콜’이 잦을 듯하다.
‘홈런 한방에 1천만원’이라는 펠릭스. 8월17일 월 2천만원에 LG에 고용된 펠릭스는 메이저리그 6년 경력자답게 포스트시즌에서 막강 화력을 입증했다.
펠릭스는 8월19일 인천 현대전에서 한국야구 데뷔전을 치렀다. 이날 정명원에게 연타석 삼진을 당하는 등 4타수 무안타. 펠릭스는 두달만에 확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바로 현대전에서 보여줄 작정이다.
어찌보면 이들의 활약은 당연한 일. 오히려 김익재(현대)와 신윤호(LG)의 발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두 감독은 시즌내내 후보였던 이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1군에서 겨우 10경기 뛰었던 김익재. 2군에 더 오래 머물렀던 그의 임무는 우선 LG 왼손타자 라인을 막는 것.
올해 그의 LG전 5게임 성적은 승패없이 방어율 7.36. 잘 한 것도 없지만 오직 LG에 왼손타자가 많다는 이유로 그는 최소 3억원의 배당금을 나눠받을 수 있게 됐다.
천감독은 신윤호에게 지는 경기에서 ‘무력시위’를 요청했다. 질때 지더라도 구속 1백53㎞의 빠른 공으로 현대 타자들의 얼을 빼놓아 달라는 것.
게다가 그의 공은 아직까지 컨트롤이 잘 안돼 타자들이 머리쪽으로 날아오는 볼에 혼쭐이 나곤 한다. 현대 타자들의 타격감각을 흐트러뜨리는 것이 바로 그의 임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