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자 도하 각 신문에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총무들이 파안대소하는 사진이 실린 이후 본사에는 독자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뭐가 그리 좋은지 모르지만 지금이 그렇게 웃을 때냐”는 게 항의의 요지였다.
한 독자는 13일 “연일 계속된 폭우로 전국이 온통 물바다이고 도처에 이재민이 넘치는데 그렇게 웃을 일이 많으냐”고 따졌다. 다른 독자는 “모두들 경제난에 허덕이느라 세상 살 맛 안나는데 국회의원들만 좋은 세상인가 보다”며 비아냥댔다.
문제의 사진은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총무의 총무 당선을 축하하는 장면. 자민련 구천서(具天書)총무로부터 꽃다발을 받아든 박총무가 “여기에 비상은 안들었겠죠”라고 농담, 모두 폭소를 터뜨리는 순간이었다.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도 독자들은 좀처럼 흥분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몇달째 국회를 공전시킨 채 공짜 세비나 타먹으면서 부끄러운 줄 모른다”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유난히 크게 웃는 표정이 잡힌 박의장에게 특히 화살이 집중됐다. “마지막 정치생활을 청산하는 뜻에서 역사에 남을 의장이 되겠다면서 의장 당선 이후 한 게 뭐냐” “초당적 운영을 통한 국회 개혁에 나서겠다더니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웃는 게 개혁이냐”는 식이었다.
실제로 박의장은 요즘 국회 주변에서 지나치게 밝은 표정을 지어 구설수에 오르곤 한다. 13일 본회의에서는 의결 정족수 미달로 산회를 선포하면서도 “자꾸 산회만 선포하게 돼 ‘산회 의장’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스갯소리를 던져 눈총을 받았다.
웃으며 즐겁게 사는 것까지 탓할 것은 없지만 웃음도 때를 가리는 절제가 필요한 것 같다.
송인수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