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에서 검사를 보좌하는 참여계장은 검사의 손발이다. 검사와 이들 손발이 척척 잘 맞아야 수사 성과가 좋게 마련이다. 이들은 큰 사건을 수사할 때는 한 식구나 다름없다. 며칠씩 함께 숙식하는 것은 보통이며 그러면서 동고동락을 하게 된다. 검사와 참여계장은 피의자를 조사할 때 곧잘 ‘역할분담’을 한다. 자백을 끌어내기 어려울 경우 검사가 사무실을 슬쩍 나가면 참여계장은 피의자에게 적당히 겁을 준다.
▼그런 역할분담 장면이 사법연수생들 눈에 띈 모양이다. 창원지검의 검사시보로 있는 연수생들이 술자리에서 피의자 상습폭행 문제를 거론, 참여계장 등과 몸싸움까지 벌이게 됐다는 보도다. 검찰청내에 인권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편으론 정의감과 인권감각이 살아있는 연수생들의 존재에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쉬쉬하다가 보도 이후 마지못해 진상조사를 하는 인상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대목은 두가지다. 연수생들이 가혹행위를 수차례 목격하고 상급자에게 시정을 요구했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점, 일부 검사는 오히려 가혹행위를 방조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검사는 범죄수사 및 공소제기와 함께 인권보호 기능도 갖고 있다. 새 정부 출범후 법무부와 검찰이 가장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인권이다. 검찰을 경찰과 차별화하고 경찰의 수사권독립을 시기상조로 보는 연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등이 매년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중 하나가 ‘새 피의 공급’이란 측면이다. 조직의 건강과 노화방지를 위해 이는 필수적이다. 검찰조직도 마찬가지다. 정의감과 인권의식이 충만한 신진그룹의 신선한 시각과 제언을 항상 받아들일 태세가 돼있어야 한다. 사법연수생들의 눈은 검찰의 미래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