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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이낙연/연합정권의 成敗

입력 | 1998-05-04 19:55:00


DJP연합정권이 석달째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에 민심이 급속히 식어가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벌써부터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예단하는 경향마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예단은 아직 이르다. 애당초 DJP정부는 다수 국민에게 ‘열광(熱狂)정권’은 아니었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시대는 열광의 환경이 아니다. 김영삼(金泳三)정부가 증명했듯이 ‘열광정권’이 꼭 좋은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DJP정권의 성패를 가르는 것은 무엇일까. 최근 연립정부를 경험한 의원내각제 국가들의 사례는 참고가 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정권의 평균수명이 11개월이었다. 그러나 96년5월 출범한 로마노 프로디정부는 전후(戰後) 세번째의 장수정권이 됐다. 전후 최초로 의원임기 5년을 채우리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프로디정권은 무려 12개의 중도좌파정당이 연합한 ‘올리브 나무’를 기반으로 한다. ‘올리브 나무’는 각 정당이 특수성을 유지하면서 대표자 회담을 통해 의원후보를 단일화하고 정책을 조정하는 느슨한 연합체다.

평화의 상징이며 이탈리아 어디에서나 자라고 열매도 맺기 때문에 이름을 따왔다는 ‘올리브 나무’는 볼로냐대 경제학교수 출신의 아마추어 정치인 프로디의 주도로 95년에 만들어졌다. 그 무렵 역대 우파정권의 정경유착과 부패구조가 수사대상에 올라 전직총리 5명이 조사를 받았다.

냉전 종결에 따라 기존 정당이 해체되고 신당들이 출현했으나 이합집산을 되풀이했고 극우 네오 파시스트까지 대두했다. 그런 환경이 ‘올리브 나무’의 집권을 도왔다.

비슷한 조건이 일본에도 격랑을 몰고 왔다. 93년8월 7개 정당이 연합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내각이 출범하면서 자민당 일당통치가 38년만에 막을 내렸다.

그러나 94년4월 하타 쓰토무(羽田孜)내각을 거쳐 그해 6월에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사회당위원장을 총리로 하는 자민―사회―사키가케 연합세력에 정권을 넘겨줬다. 96년1월에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자민당총재가 정권을 이어 받았다. 비(非)자민 연립정권은 2대, 10개월만에 끝났다.

두 나라의 차이는 무엇인가. 선거부터 연합한 ‘올리브 나무’는 확실한 국가적 목표를 갖고 그것을 실행했다. 프로디정부는 리라화(貨)강화와 재정 경제개혁을 최대과제로 삼고 철저한 세출삭감과 임시증세를 단행, 한때 국내총생산(GDP)의 10%였던 재정적자를 지난해에는 2.7%로 줄여 유럽통화동맹(EMU) 재가입을 달성했다.

40세부터 수혜대상이 될 만큼 방만했던 연금제도도 개혁했다. 위기도 많았다. 정권내부의 부패가 불거졌고 정책조정과 후보단일화는 난항을 겪기 일쑤였으며 일부에서는 독자출마자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지방선거 압승으로 구심력과 정국주도력을 회복했다.

반면에 선거를 각자 치른 뒤 내각구성에서 손잡은 일본의 비자민 연합세력은 자민당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 외에 공동목표가 없었다. 그래서 겨우 내건 것이 정치개혁, 그것도 중의원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달성되자 목표를 잃고 이합집산에 휩싸이며 허물어졌다. 특히 조세정책에서 갈팡질팡하면서 경제의 동요를 심화시켰다.

DJP정부는 어느 쪽에 가까운가. 보기 나름일 것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권의 성패를 가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청와대 사람들은 “이제 두달이 지났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방대한 뉴딜정책도 골격이 짜인 것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취임 이후 1백일간이었다.

이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