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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명지대바둑학과 학생들,실전-이론수강「구슬땀」

입력 | 1998-04-20 09:52:00


자나깨나 ‘돌’에 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흐르는 공간이 있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가 개설된 경기 용인의 명지대 캠퍼스내 한 강의실. 절반은 다른 강의실과 다를 바 없지만 나머지는 책상 위에 놓인 바둑판과 흰돌 검은돌이 영락없이 기원을 연상시킨다.

“한국산 정석(定石)은 2,3선에서 ‘빌빌’ 기고 있어 일본산에 비해 폼이 안나죠. 그러나 90년대 들어 국제기전을 휩쓸면서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습니다.”

1학년 전공과목인 ‘바둑학 개론’ 시간이다.프로 9단으로 바둑학과 학과장인 정수현교수가 TV 화면을 통해 바둑팬들을 능수능란하게 사로잡았던 해설 솜씨를 발휘하지만 오후 1시경 스멀스멀 춘곤증이 들이닥친다.

이때에는 돌을 아는 사람끼리만 통하는 비법이 동원된다.

그의 손이 “이건 말이죠”라며 강의용 바둑판으로 옮겨지자 게슴츠레 풀렸던 학생들의 눈에서 초롱초롱 빛이 나기 시작한다.

이곳에 모인 학생들은 바둑이 좋아, 바둑으로 먹고 살겠다고 나선 사람들. 올해에는 20명이 입학했다. 각종 기전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이상훈 5단과 김영삼 한종진 2단 등 5명의 프로 기사가 특차로 입학했고 나머지 학생들의 기력(棋力)도 아마 2,3급 수준이다.

서강대 3학년에 재학중이던 지난해 대학바둑의 챔피언을 따낸 문승철씨와 34세의 수학강사도 바둑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 기꺼이 ‘새내기’가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둑을 배운 아마 2급 기력의 홍승희씨(19)는 “주변에서는 이미 늦었다고 하지만 프로 기사는 돌을 쥔 사람들의 영원한 꿈”이라며 “프로 기사가 어렵다면 초등학교의 바둑 지도교사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교양과목 외에도 전공으로 ‘사활이론’ ‘행마법 총론’ ‘끝내기와 계산법’ ‘현대명국’ 등 실전 이론과목을 배운다. 3학년부터는 ‘매스컴과 바둑’ ‘대국심리론’ ‘바둑철학’ 등 바둑과 인접학문이 융합된 과목들이 개설돼 있다.이상훈 프로는 “바둑판에서 잠시 거리를 두는 게 오히려 길고 긴 바둑인생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좋아서 하는 일에는 스트레스가 없는 걸까. 10여년 이상 바둑을 뒀지만 지겹지도 않은지 자투리 시간이 남으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바둑판 주위로 몰려들곤 한다.인생의 축소판에 비유되는 반상이 너무 좁다 싶을 때는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기도 한다. 4월말 중간고사가 끝나면 단체 미팅이 기다리고 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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