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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김주팔/서점이 살아야 출판업 산다

입력 | 1998-04-17 08:08:00


정부가 최근 지식산업의 총체적 붕괴를 막기 위해 5백억원을 긴급 지원키로 하고 이중 2백억원을 출판유통 정상화에 할애키로 한 결정은 훌륭한 용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의 출판계 위기는 출판인과 출판 유통인들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동안 출판인들은 오랜 관행에 안주해 중간 유통 기능을 과소평가해왔기 때문이다. 출판시장에서 도소매기능이 균형있게 기능한다면 자금회전이 물 흐르듯 진행돼 출판유통부문의 대형 부도사태가 예방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들이 무분별한 이중삼중의 중간도매상 거래를 지양하고 출판문화의 근간인 도서정가제를 훼손하는 등 불법 거래를 하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불행한 사태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즉 출판인들은 자기가 생산한 도서가 투명하고 정상적으로 유통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 이같은 자기노력이 전제돼야 정부지원의 긴급수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진열공간 확보와 서점의 육성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수익률이 낮아 외면당하는 서점을 육성하기 위해 서점으로 임대하는 건물에 대해서는 임대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출판인은 대형서점에 대해서는 책의 공급가를 재조정해야한다.

현재 전국 백화점의 매장수수료가 18∼20%인데 서점의 평균 마진은 15%선이므로 백화점의 서점 입점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벌 서점의 전국 체인화를 통한 서점공간 확충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온당치 않다. 오늘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도 결국은 재벌들의 문어발식 선단경영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에서 온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일사일종(一社一種)의 전문화된 사회에서 누구나 자기분야에서 만큼은 일등을 추구하는 사회가 될 때 한국문화가 세계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을 하는 책쟁이, 출판을 하는 출판쟁이, 인쇄를 하는 인쇄장이 등 장인 정신이 투철한 쟁이들의 합창이 이뤄지는 날 우리는 선진대국으로 가는 첩경에 서게 될 것이다.

김주팔 (서점조합연합회 명예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