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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제당,「100% 즉석빵」 공세…기존업체도 공급 확대

입력 | 1998-04-09 19:55:00


길고 지루한 다툼 끝에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 남녀가 행복에 취해 아무도 없는 새벽거리를 걷는다.

때마침 동네 빵가게의 불이 켜지고….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부부처럼 정겹게 빵을 고른다.

남녀 주인공 모두에게 오스카 트로피를 안겨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라스트 신. 화면 가득 고소한 빵냄새가 묻어나는 것만 같은 장면이다. 감독은 ‘사랑의 시작’을 갓 구워낸 빵의 ‘풋풋함’과 ‘신선함’에 비유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국내 소비자들도 앞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처럼 각종 빵을 매장에서 갓 구워내 ‘신선한’ 상태로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제일제당이 최근 ‘100% 즉석빵 서비스’를 내걸고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자 기존의 베이커리 업체들이 즉석빵의 판매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제일제당은 체인점 ‘투 레 주르’를 현재 19개에서 올해 안으로 50개, 2000년까지는 1백개이상으로 늘린다는 방침.

86년 업계 최초로 즉석빵을 판매하기 시작한 파리바게트도 현재 약 60%인 즉석빵 판매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전국 6백여개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 크라운베이커리도 즉석빵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유럽에서 새로운 제빵 기술을 도입했다.

빵은 구운지 1시간 이후부터 표면이 마르고 부드러움이 덜해지는 ‘노화(老化)’현상이 진행된다. 따라서 아무리 비싸고 맛있는 빵이라도 구운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맛이 떨어지게 마련.

하지만 즉석빵은 반죽을 급속냉동 상태로 보관했다가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구워내므로 ‘늙을’ 틈이 없다. 가격은 완제품과 비슷한 5백∼2천원대.

업계는 앞으로 고객의 주문을 즉석에서 받아 제조하는 시스템이 일반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 하나, 짬뽕 둘’이라고 외치듯 제과점에서 ‘애플파이 5개, 밤페스트리 3개’를 주문하고 다 구워질 때까지 기다리는 풍경이 일상화할 날이 멀지 않았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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