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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으로 보는 세상]횡단보도 사고에 서슬퍼런 법원

입력 | 1998-04-06 19:59:00


‘횡단보도는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운전자는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법원이 엄한 벌을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사원 홍모씨(29)는 지난해 12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골목길에서 승용차를 몰고가다 횡단보도에서 행인 두 사람을 친 혐의로 2월말 불구속기소됐다.

홍씨는 두 사람의 부상이 가벼웠고 ‘형사상 처벌을 원치않는다’는 합의서까지 제출한 만큼 실형은 면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행자가 알아서 차를 피해야지, 차가 피할 수 있느냐’는 평소 지론을 바꿀 마음도 없었다. 그러나 서울지법 형사12단독 박정헌(朴正憲)판사는 3일 홍씨에게 금고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해 버렸다.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냈다”는 것이 중형선고의 이유.

물론 법원이 이달부터 횡단보도에서 사고를 내는 운전자를 엄벌하기로 한 방침이 배경이 됐다.

박판사는 이날 2월 초에 서울 동작구 상도3동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조모씨(61·여)를 치어 중상을 입힌 김모씨(57)에게도 금고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판사는 “교통 선진국에서는 보행자가 일단 도로에 들어서면 운전자는 차량을 일단정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 횡단보도 사고가 거의 없다”며 “국내에서는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의식이 부족해 횡단보도사고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호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