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업대책이 마련되었다. 올 한해 모두 7조9천억원을 마련해 실직자 가정의 생계와 고용안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이만한 규모로 실업의 고통을 흡수하고 실업증가를 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 재정지출을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일반회계 예산의 10%가 넘는 재원을 실업대책비로 돌리기로 한 결정 자체에서 위안을 얻어야 할지 모른다.
정부 실업대책은 단순한 실업자 구제보다는 고용유지와 고용창출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업급여 확대 등 직접구제 혜택도 늘리고 공공 근로사업과 시설투자 조기집행 등 일자리와 소득을 연계한 방식도 곁들이고 있다. 그러나 실업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나 취로사업 등을 통한 생계비 지원은 기간이나 액수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그보다는 실업자가 늘어날 소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 새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쪽에 더 비중을 두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설정이다.
우리 실업자수는 두달새 배로 늘어 2월말 1백23만명에 이르렀다. 이로 미루어 지금쯤 1백50만명이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며 경제회생에 성공한다 해도 적어도 몇년간 1백만명 이상의 실업자는 계속 남는다는 예측이다. 새로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의 좌절감까지 함께 안고 가야 할 가슴아픈 상황은 그러나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정부 실업대책은 보다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에 2조원을 지원해 고용유지 노력을 촉진하고 공공투자 사업비 증액과 벤처기업 지원 등을 통해 실업문제를 일자리 창출로 풀어가기로 한 대책은 바람직하다. 대량실업이 한동안 불가피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실업대책은 건전기업 도산과 근로자 해고가 확대되는 것을 되도록 막고 가능한 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큰 방향을 그렇게 잡고 적어도 경제가 IMF 이전의 정상상태로 회복될 때까지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7조9천억원으로 잡은 올해 실업대책비 가운데 상당부분은 외자와 장기채 등 빚으로 충당되고 있다. 1조6천억원으로 잡은 무기명 장기채가 얼마나 소화될지도 문제지만 실업급여를 확대할 때 고용보험기금은 머지않아 바닥날 수도 있다. 고실업 장기화에 대비해 안정적인 재원확보방안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고통분담이 말만으로 그쳐서는 사회불안 등 고실업에 따른 사회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고통분담차원의 세제개발 등으로 온국민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않고는 실업극복은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