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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창/日]손성만/TV 「호화」 실생활은 「검소」

입력 | 1998-03-26 07:57:00


일본의 민간 TV 프로그램중에는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내용이 가끔 눈에 띈다. 사회 유명인들이 자기 소유의 별장 내부를 직접 소개한다든지 몇몇 돈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호화판 주택 가구 외제자동차 등을 자랑하는 내용들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도가 지나쳐 우리 눈에는 다소 꼴불견일 때도 있다. 유명가수가 파리 등 일류브랜드 제품의 본고장으로 원정 쇼핑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몰래 카메라에 의한 취재가 아니고 당사자들도 구태여 감추거나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는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시청자들 역시 거부감보다는 호기심반 부러움반으로 즐기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다르다. 드라마나 쇼 프로그램의 배경 세팅이 좀 화려하면 호화판 일색이라는 비난이 터져 나온다. 실제 인물이 자신이 가진 재산, 극도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버젓이 과시하는 프로그램은 현재로선 상상조차 어렵다.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건전하다는 증거로 좋게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떳떳하게 자신의 부를 자랑할 수 없게 만드는 구석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즉 부(富)의 ‘투명성’이나 경쟁 시스템의 ‘공정성’이 부족한 사회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이 부의 투명성이나 공정한 경쟁이 충분히 확보된 사회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름대로 일본사회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있으며 경제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대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론의 밑바탕은 한국경제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다.

여하튼 일본은 TV 프로그램의 내용이야 어떻든간에 국민이 너무 알뜰살뜰해서 고민중이다.

국민전체로 따지면 총 1천2백조엔이라는 거금을 저축해 놓고 있으면서도 도무지 소비를 하지 않아 경기회복에 걸림돌이 될 정도라고 한다. 실제얘기도 아닌 드라마나 쇼가 호화판이라고 비난의 표적이 되는 우리나라가 과소비로 인해 나라경제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손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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