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은행권에서 협조융자를 받은 재벌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은 요즘 부동산과 금융자산의 명의이전을 빨리 해놓자는 부인의 요구에 매일 시달린다.
회사가 부도날 경우 사장 명의로 된 재산을 압류당해 낭패를 볼 수 있다며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 부인의 생각.
IMF사태 이후 자금사정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관례적으로 연대보증을 선 비오너 출신 대표이사 경영진이 재산 압류의 수난을 겪고 있다.
종전에는 대표이사들이 연대보증섰던 대출금을 우선 갚는 방법을 재산보전책으로 애용했으나 작년 하반기 이후 자금사정이 악화해 이 방식을 더이상 쓸 수가 없게 됐다. 우선변제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데 따른 것.
작년초 H그룹 계열사 사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보증선 대출금을 정리하지 못했던 이모씨는 최근 이 그룹의 자금사정이 악화하면서 혹시나 재산을 날릴지도 몰라 걱정이 태산이다. 그런가 하면 자금사정이 나쁜 일부 기업체들은 사장채용의 조건으로 재산담보 제공을 요구하는 곳도 적지 않은 실정.
법률회사의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 “요즘은 기업이 부도나면 금융기관들이 인정사정 보지 않고 대표이사들의 재산을 압류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재산명의를 변경하려는 사장들의 문의전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희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