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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기아인수전]현대-삼성 車사업 「대충돌」

입력 | 1998-03-22 21:42:00


현대자동차가 22일 기아자동차 인수를 공식 선언함으로써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대적인 구조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특히 현대가 기아인수를 본격화함에 따라 기아인수전은 현대와 삼성 양대 그룹의 자존심을 건 싸움으로 비화하게 됐다.

현대의 이같은 출사표는 그동안 기아의 대주주인 미국 포드사를 끌어들여 비공식적으로 기아인수를 추진해온 삼성측에 일격을 가하는 것으로 삼성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현대가 기아자동차 인수에 성공하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방향은 현대, 대우의 빅2 체제로 굳어지고 후발주자인 삼성자동차는 군소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가 기아인수에 대한 최종방침을 확정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기아 등 부실기업을 신속히 처리하도록 지시한 직후로 지난주 정부당국과 기아 채권단에 이미 공식입장을 통보한 상태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할 경우 연간 생산능력이 2백50만대를 넘어서게 되어 단번에 세계10대 자동차메이커의 반열에 진입한다. 현대측은 세계 자동차시장의 여건변화 등을 고려해 4,5년전부터 기아주식을 매집해 오는 등 기아인수를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자동차의 입장이 미묘해졌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기아인수 없이 삼성자동차 단독으론 투자비 부담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왔다.

특히 현대는 기아를 인수하면 오히려 규모의 경제효과로 국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정부당국을 설득하고 있으며 대우나 기아도 삼성보다는 현대에 대해 거부감이 덜한 편이어서 현대쪽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기아인수가 무산될 경우 자동차사업 포기압력이 보다 가중될것으로보고기아인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런 분위기때문에 현대의 기아 인수의 배경이 ‘삼성 견제용’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대는 최근까지 “이미 규모의 경제를 갖춰 추가증설의 필요성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내수부진이 심화돼 기존의 설비도 가동률이 40%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현대가 기아를 인수하는데는 걸림돌도 적지 않다. 현재 자동차시장의 40%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가 업계3위인 기아를 인수할 경우 독과점 금지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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