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올들어 처음 달러당 1천4백원대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경우 현재 고공행진중인 실세금리도 현재보다 2∼3%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기준환율인 1천5백37원보다 22원 떨어진 1천5백15원에 거래가 시작된 뒤 10여분만에 1천4백원대로 급락했다. 달러화 매도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환율은 오후 한때 1천4백55원까지 떨어졌다. 종가는 1천4백60원.
17일 기준환율은 전날보다 65.30원 떨어진 1천4백72.40원. 정덕구(鄭德龜)재정경제부차관은 이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재경부 업무보고에서 “원―달러환율이 하향안정추세를 보임에 따라 실세금리 하향조정 방안을 16일부터 국제통화기금(IMF)측과 본격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측도 “환율이 1천4백원대에서 큰 진폭없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최근의 환율 급락은 수출경쟁력 약화 등 부작용도 많다”며 “특히 정국불안이 계속되고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경우 환율은 급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왜 떨어지나〓근본적으로 달러 수요는 줄고 공급이 늘었기 때문이다.
수요측면에서 보면 기업들은 올들어 수입을 크게 줄여 수입결제에 쓸 달러화가 덜 필요한 상태다.
또 지난해 달러사재기에 열을 올렸던 대기업들은 이미 외화예금 등에 달러화를 상당량 비축해 놓았다. 거주자 외화예금 잔고는 이달초 63억달러로 사상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기업들이 12일 수입결제를 하는데 시장에서 사가지 않고 자신들의 외화예금 계좌에서 4억달러를 꺼내 썼다”고 말했다.
공급측면에서 보면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투자자금이 국내로 급격히 들어왔다. 외국인투자자금은 △1월 9억5천만달러 △2월 18억달러가 유입된 데 이어 이달 들어 14일까지 8억6천만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렸다.
또 한은이 환율안정을 위해 시중 금융기관에 매도한 달러 선물환의 만기가 3월에 집중(약 6억달러)돼 금융기관에 달러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
‘3월 대란(大亂)’에 대비, 달러당 1천6백∼1천7백원에 달러를 매입했던 기업들은 최근 환율 하락으로 손해를 보게 되자 시장에 달러를 내놓는 경우도 적지않다.
한은 이응백(李應白)외환시장과장은 “최근 외채연장협상이 타결되고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나는 등 외환시장 여건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떨어질까〓외환컨설팅 업체인 핀텍의 이재줄(李在茁)부장은 “이번주 1천4백30∼1천4백50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달중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환율 하락세가 굳어졌다고 보기엔 이르며 재차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외환딜러들은 △4백억달러가 넘는 민간기업의 단기외채문제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외환위기 △금융 및 산업의 구조조정 부담 △정국불안 등 무시할 수 없는 악재가 많다고 지적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리스크프리미엄이 아직 완전히 제거된 것이 아니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프리미엄을 제거하면 올 연말에는 IMF와 협의했던 연말 적정환율인 1천3백원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낮출 수 있을까〓그동안 IMF측은 환율이 안정돼야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고금리 탓에 기업들이 수없이 쓰러지는 상황이지만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경우 금리하락을 유도하기 어렵다는 데 정부도 인식을 같이 해왔다.
한은 관계자는 “환율이 1천4백원대에서 안착하고 하루변동폭이 15∼20원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IMF가 금리인하 요구를 일부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환매채(RP)입찰금리를 현행 24%에서 20%초반으로 2∼3%포인트 낮추는 방식을 통해 현재 연 24% 수준인 콜금리와 연 19% 수준인 회사채 등 장단기 실세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경부는 존 다스워스 IMF한국사무소장과 고금리 인하문제를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