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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美-러 핵전쟁 날뻔…WP특집 보도

입력 | 1998-03-15 21:42:00


95년 1월25일 새벽 러시아의 한 방공관제 레이더에는 미확인 미사일이 포착돼 비상이 걸렸다. 물체나 움직임으로 보아 미 잠수함 발사 핵탄두 미사일인 트라이던트와 유사했다. 방향은 러시아를 향하고 있었고 순항거리는 3천5백㎞로 추정돼 모스크바가 사거리 안에 있었다. 당직장교는 급히 “노르웨이에서 핵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고 상부에 보고했다.

긴급상황은 지휘계통을 거쳐 몇분만에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파브 그라초프 당시 국방장관, 미하일 콜레스티코프 참모총장에게 직보됐다.

옐친대통령에게는 검은색 핵가방이 즉각 전달됐다. 핵무기 발사를 명령할 수 있는 단추가 들어있는 이 핵가방이 구소련이나 러시아를 통틀어 최고통치권자의 손에 전달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상황을 거듭 확인한 몇분 뒤 옐친대통령은 핵가방을 내려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15일 이 몇분을 핵무기시대에 가장 위험했던 일촉즉발의 순간이라고 전하면서 이 사건을 3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분석, 보도했다.

이 미사일의 정체는 미국과 노르웨이가 노르웨이 북서해안에서 오로라를 연구하기 위해 쏘아올린 블랙 브란트Ⅶ 4단계 추진 로켓. 포스트는 러시아의 핵전력과 조기관제능력이 쇠퇴하면서 실수에 의한 핵전쟁 발발 위협이 점증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르웨이는 이 실험 한달전에 이미 러시아측에 실험계획을 통보했으나 러시아의 관료주의에 막혀 제대로 지휘계통에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현재 러시아의 전략 핵무기는 소련의 절정기에 비해 10%밖에 안되는 수준. 여기에다 라트비아 우크라이나 등 과거 레이더기지들을 더이상 사용할 수 없고 탐지위성들도 성능저하로 조기경보시스템이 정상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게 큰 문제.

러시아는 미국이 선제공격을 할 경우 8분안에 보복공격을 가한다는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어 오판에 의한 핵전쟁 위협이 오히려 냉전시대보다 심각해졌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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