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일 하세요.” “나가서 일하시오.”
요즘같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이런 말은 곧 ‘해고통보’다. 그러나 앞으로 이런 말은 다반사로 듣게 될 것 같다. 거액의 임대료를 내며 도심에 사무실을 빌리거나 직원들에게 일일이 책상을 주는 기업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현장에서 처리하는 ‘모빌(이동) 오피스’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국제시설관리학회(IFMA)에 따르면 포천지가 선정한 미국 5백대 기업중 20%는 이미 △정보통신 기술 발달 △급변하는 소비자 욕구 포착을 위해 모빌오피스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근로자의 6%는 현재 ‘길거리 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필수품은 노트북PC와 첨단 송수신기.
인원이 크게 줄어 기업체의 본사 모습도 변한다. 예기치못한 업무수요와 기민한 조직변화를 위해 사무 위치가 자주 바뀌게 되는 것이다. 사무집기는 표준화되고 쉽게 옮길 수 있도록 이동식으로 제작될 전망.
공간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동회의실과 공동 책상을 예약, 사용하는 호텔링(Hotelling)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링을 통해 사무공간 10개층(40%)을 축소한 한국IBM은 지난해 임대료 50억원을 절감했다.
중역실은 한적한 곳에서 앞으로는 즉각적으로 ‘위기처방’이 가능한 업무의 중심부로 옮겨진다. 세계적 네트워크업체인 시스코의 한국지사 홍성원사장은 “전 세계 시스코 임원의 사무실은 창문이 없고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래의 사무공간은 무한경쟁의 표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얼굴을 마주보는 대화는 줄어들고 현장 근무사원에 대한 원격감시도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에버랜드 빌딩과학연구소 손진희연구원은 “첨단 근무환경은 자칫 각박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있다”며 “따라서 직원간의 신뢰와 대화를 유도하도록 공간배치를 하는 것이 빌딩과학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수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