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총리서리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의 ‘DJT회동’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됐다. 김총리서리와 박총재는 서류봉투 하나씩을 들고 청와대에 도착했다.
오전 9시 집무실 옆 백악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김대통령이 “어제 나도 국회 상황을 TV로 지켜봤습니다”고 말하며 풀린 날씨와 학군장교임관식 얘기로 대화분위기를 이끌었으나 김총리서리와 박총재가 말을 잇지 못해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박총재가 “어제 (한나라당의) 기습작전에 당했다”며 침묵을 깼고 김대통령이 “정치는 생물이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말을 받았다. 김총리서리는 기자들을 내보내고 비공개회의에 들어갈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비공개회의에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협의가 빠르게 진행됐다. 2일 김중권(金重權)청와대비서실장이 김총리서리와 박총재를 찾아가 사전조율을 마쳤기 때문. 김실장은 이날 회동에도 배석했다.
다만 김대통령이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아달라고 공을 들여온 김용환(金龍煥)자민련부총재는 김총리서리를 통해 김대통령에게 거듭 고사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사람은 총리서리체제 및 각료인선에 대한 협의도 간단히 끝내고 총리인준파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치권이 이런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이 정국타개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까지 논의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40분만에 회동을끝내고 청와대를 나서는 김총리서리와 박총재의 표정은 단호했으나 어둡지는 않았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