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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문현-강석훈씨 『주부 교수라고 남 웃기면 안되나요』

입력 | 1998-03-03 07:39:00


웃기는 주부, 웃기는 교수, 웃기는 변호사…. TV에 개그맨이 아닌 보통 사람들의 개그가 넘쳐난다. ‘직업 개그맨’이 아니면서도 썰렁한 농담과 능청으로 시청자들의 허를 찌르는 ‘썰렁 개그맨’들의 전성시대다.

요즘 가장 뜨는 사람은 MBC ‘휴먼TV 즐거운 수요일’에 출연하는 ‘평범한 주부’ 안문현.

“남편이 방귀를 뀔 때 꼭 밖에 나가서 해요. 그래서 남편이 밖에서 뽕, 하고 뀌기에 내가 장난치려고 방안에서 부웅∼뀌었더니 남편이 들어와서 앉아있다가 ‘벽이 새나…’하더라구요.”

카메라 앞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하거나 갑자기 희한한 표정을 지어보이면서도 자신은 웃지도 않고 태연하다. ‘족발먹다 털 나온 기분’(깜짝 놀랐을 때) 등 엉뚱한 표현방법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시치미를 떼는 ‘포커 페이스’가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인기가 치솟자 ‘나는야 평범한 주부’라는 고정코너도 맡게 됐지만 안씨는 외국인회사에 다니다 몸이 안좋아 지난해 9월 휴직한, 평범한 맞벌이 주부다.

96년에 방송작가인 친구의 권유로 MBC ‘폭소발명왕’에 거울을 단 귀이개를 만들어 들고 나갔던 것이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 “후비고 쑤시는 일에 관심이 많다”는 둥의 엉뚱한 설명과 표정으로 인기상을 받자 그를 눈여겨본 제작진들이 ‘휴먼TV…’에 ‘발탁’했다.

KBS의 신설프로인 ‘고승덕 김미화의 경제연구소’에 출연하는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교수답지 않은 엉뚱한 말로 시청자들을 웃기는 신인.‘혀가 짧다’는 핀잔에 “혀가 짧으니 가방 끈이라도 길어야죠”하고 능청을 떠는가 하면 “오늘은 왜 조용해요?”하는 물음에 “저 원래 조용해요. 태어날 때 울지도 않았데요”하고 응수한다.

무겁지 않은 인상에 썰렁한 농담이 ‘저 사람 교수맞아?’하는 생각을 갖게 하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27세때 박사학위를 딴 ‘진짜 교수’다.

지난해 말 무역회사에 강의를 나갔다가 PD의 눈에 띄어 발탁된 강교수는 학교에서도 ‘목놓아 강의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액티브하고 다이내믹하기 때문”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 위스콘신대에서 강의를 할 때에는 학생들의 강의평가에서 5점 만점에 4.98점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썰렁 개그맨’의 원조격은 95년 ‘코미디 전망대’(SBS)로 데뷔한 고승덕 변호사. ‘일요일 일요일밤에’(MBC)에 출연하는 축구해설가 신문선씨도 빼놓을 수 없다.

일상생활이나 자신의 직업에서 개그의 소재를 뽑아내는 이들의 ‘썰렁 개그’는 기가 차서 웃든, 너무 썰렁해서 웃든, 시청자들을 웃게 만드는 일에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음놓고 폭소를 터뜨리는 것도 내키지 않는, 차라리 피식 웃는 것이 덜 죄스러워진 시대상의 반영일까.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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