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인도네시아를 거쳐 한국에 파급된 아시아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선진국의 자신감을 뿌리에서부터 흔들었다. 런던에서 열린 주요 선진7개국(G7)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회의는 선진국이 잃은 자신감의 회복을 가늠하는 최초의 시험장이었다. 공동성명은 일본에 재정지출 확대를 촉구하는 한편 아시아 각국이 개혁을 추진하면 아시아위기에 따른 세계경제에 대한 악영향은 제어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일본에 대한 요청은 재정개혁을 내건 하시모토정권에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일본이 아시아 각국에 대해 가까운 시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국내지향적 정책만으로 세계의 이해를 얻기는 어렵다. ‘바깥’과의 국제협조를 생각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특별감세와 공공투자의 재편성을 해야 한다. G7성명은 개혁에 착수한 국가에 대해 무역신용 등을 확대할 것을 밝혔다. 이는 인도네시아 한국 태국 등에 경제개혁을 촉구하는 한편 무역확대에 의한 경제성장 지원을 겨냥한 것이다. 잘만 운용하면 큰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될 것은 핫머니가 한 나라 경제를 파탄시키면서 움직여온 국제금융의 현실이다. 통화위기의 소방수 역할을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이 핫머니에 맞서기에는 자금량에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미국에만 책임을 떠맡길 수는 없다. 유럽과 일본도 역할을 공유해야 한다. 유럽통합을 상징하는 ‘유러’의 등장은 유럽에서 달러로부터의 탈피를 가속화할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달러강세에 따른 자국통화의 실질적인 평가절상이 외환위기를 초래, 각국이 대폭적인 평가절하를 해야 했던 경험에서 ‘아시아 통화’를 모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엔화의 국제화에 소극적이었지만 이제 엔화의 국제화를 축으로 하는 아시아통화 창설을 생각할 시기라고 본다. 〈정리·도쿄〓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