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이 아픈가요, 아시아 때문이라고 하세요.” 아시아의 외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기업사회에 만연한 ‘아시아 핑계대기’를 꼬집는 조크다. 경영실적이 나쁜 회사들이 그 구실을 모조리 아시아에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유에스에이 투데이지는 23일 이를 특집으로 다루고 기업인들은 모름지기 정직할 필요가 있다고 나무랐다. 기업으로선 아시아처럼 핑계대기 좋은 대상도 없다. 이익이 기대에 못미치면 복잡한 설명을 길게 늘어놓을 필요가 없다. 그저 ‘아시아 때문’이라고만 하면 된다. 한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로 주문을 줄였고 또 이들 국가의 값싼 상품들이 밀려들어와 매출이 감소했다고 하면 무사통과다. IBM을 예로 들어보자. 올 1.4분기(1∼3월) 이익이 전년도 동기에 비해 줄어들 전망인 IBM은 그 구실을 ‘아시아의 환율변동과 수요격감 그리고 값싼 아시아 제품들로 인한 가격 압박’에서 찾았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진짜 이유를 “하드웨어 분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닥사도 마찬가지. “아시아의 환율변동으로 97년에 비해 수익이 7%나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후지와 미국 폴라로이드간의 경쟁, 그리고 야심적으로 추진했던 디지털사진 분야의 부진이 더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밖에 휴대전화 부품 공급회사인 애너디직스, 무선통신회사인 LCC인터내셔널 등도 사정은 같다. 이들 기업은 ‘아시아’라는 ‘핑계의 양탄자’밑에 진짜 부진한 이유들, 예를 들어 △미국내의 내수 부진 △심화된 경쟁 △잘못된 인수 △구조조정 실패 △불량제품 생산 등을 감추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