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의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마저 이렇게 썩어 있었다니 이 사회는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다. 이 충격과 허탈감을 사법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의정부지원 판사비리사건은 정의를 돈으로 사고판다는 항간의 얘기가 사실이고 법조계의 그 못된 풍토에 일부 판사들이 한통속이었음을 입증한다. 대법원은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특정사건의 재판과 관련해 검은 돈이 오갔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명절때 떡값이나 판사실 운영비로 몇십만원씩 받았거나 변호사 개업자금, 전세자금으로 빌렸다가 갚았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변호사가 법복(法服)을 벗는 판사에게 개업자금을 5천만∼1억원씩이나 선뜻 빌려줬다는 것 자체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사건을 서둘러 덮기 위해 본질을 회피 축소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의 계좌추적 결과 판사 몇명은 5백만원 이상씩 받았고 1천만원 이상 받은 판사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명절과 상관없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50만∼1백만원씩 받은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이 돈의 성격이 뭔지 당연히 규명해야 한다. 관련판사들의 일방적 해명만으로 사건을 덮어서는 안될 중대한 일이다. 우리가 알기에 양심적으로 묵묵히 공정한 재판을 위해 애쓰는 판사도 많다. 이번 사건이 불거진 이후 판사들은 창피함과 사건 당사자들의 불신 때문에 재판을 진행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호소한다. 다수의 올바른 판사들을 위해서나, 법은 만인앞에 평등하다는 점을 구현하기 위해서나 옥석(玉石)을 분명히 가릴 필요가 있다. 특히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번 판사들의 비리혐의는 법조계 비리의 ‘빙산의 일각’이자 한 단면에 불과하다고 우리는 본다. 법조계의 삼륜(三輪)을 이루는 판사 검사 변호사의 검은 유착관계를 이번 기회에 말끔히 청산해야 한다. 판사들의 무더기 비리혐의를 포착하고도 미적미적하는 검찰은 무엇 때문인가. 사법부의 독립이나 자율성을 고려해서인가. 판사들에게만 손가락질할 수 없는 속사정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해당법원 판사 38명 전원의 교체와 9명의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검찰은 판사들의 수뢰혐의는 물론 검사들의 비리의혹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수사를 기피한다면 직무유기일 뿐 아니라 국민은 검찰을 더욱 불신하게 될 것이다. 뼈를 깎는 아픔으로 이를 실행하지 못하면 법조개혁은 한낱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판사임용제도의 재검토와 판사비리 감시기구의 신설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