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폭로한 김대중(金大中·DJ)차기대통령의 비자금 자료는 청와대 배재욱(裵在昱)사정비서관이 불법으로 입수해 당시 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김차기대통령의 측근 권노갑(權魯甲)전의원 등이 기업인들에게서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도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의 친인척계좌는 대부분 잔고가 없거나 친인척의 개인계좌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이 밝혔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순용·朴舜用 검사장)는 19일 김차기대통령의 비자금 자료는 배비서관이 경찰청 조사과(특수수사대)와 은행감독원 조사6국, 국세청 간부 등을 통해 불법으로 수집한 뒤 지난해 9월 말 당시 신한국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을 통해 이회창총재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배비서관과 정의원을 16, 17일 소환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이 드러났으며 현재 배비서관에게 누가 이 작업을 지시했는지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배비서관은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비자금 자료는 내가 직접 지시해 수집했으며 상부에서 어떠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이 자료는 청와대의 하명(下命)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조사과에 의해 김차기대통령의 정계복귀 직전에 기초자료가 확보됐으며 대선을 앞두고 배비서관이 다시 경찰청과 은감원에 지시, 보완 및 확인작업을 거쳐 완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번에 진로 등 10여개 재벌그룹의 총수 등을 조사, 권노갑전의원과 김봉호(金琫鎬)의원 등 김차기대통령 측근들이 기업인들에게서 수십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아 사용한 것으로 밝혀내고 권전의원과 김의원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차기대통령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마쳤으며 이회창한나라당 명예총재도 서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검찰은 배비서관의 행위가 명백한 실명제 위반이지만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구속처벌은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