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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나가노의 승전보가 던지는 메시지

입력 | 1998-02-18 21:10:00


모처럼 청량감을 안겨주는 승전보다. 그것도 마지막 순간 승부를 뒤집은 짜릿한 역전드라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개막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우리 대표팀의 메달소식은 감감했다. 17일 밤 벌어진 쇼트트랙 경기는 우리가 가장 강세를 보여온 종목으로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것은 당연했다. 경기 종반까지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놀라웠다. 혼신의 힘을 다한 막판 스퍼트 끝에 결승선에 먼저 도착한 것은 아직 앳된 모습이 가시지 않은 우리 선수들이었다. TV로 경기를 지켜본 국민은 누구나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통 우울한 소식에 의기소침해 있던 국민은 환한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했다. 몇개월째 답답했던 마음이 일시에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대부분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어린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역주하는 모습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들의 승리는 모두에게 위안과 희망을 안겨준 값진 것이었다. 이번 쾌거는 결코 우연한 승리가 아니다. 기후나 체육시설 등 여러 여건으로 보아 우리는 동계스포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런 열악한 조건을 극복하는 방법은 피나는 훈련과 새로운 기술개발 등 과학적 기법을 조화시키는 것뿐이었다. 이날 남자개인1천m 경기에서 김동성선수를 스케이트날 하나 차이로 금메달로 이끌어준 ‘오른발 질러넣기’ 기술은 한국팀만이 할 수 있는 세계 정상의 기술이었다. 경제난국으로 몹시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같은 승리비결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것은 아무리 힘든 처지에 놓여 있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과 우리 여건에 맞는 독창적인 노하우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으로 요약된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로 승리를 낚은 이들의 정신력도 배울 일이다. 이날 경기를 통해 스포츠가 국민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하지만 최근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면서 기업팀 위주로 운영되어온 국내 스포츠가 크게 위축되고 있고 향후 국제경기에도 침체가 예상된다. 이에 대한 국가차원의 배려가 필요하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우리 대표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선전으로 또다른 승전보를 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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