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그리고 눈물…. 금메달의 순간 가족들은 잠시 말문을 열지 못했다. “동성이가 정말 대견스러워요. 애 아빠가 오늘 이 경기를 봤더라면 무척 좋아했을텐데…. 하늘나라에 계신 동성이 아빠에게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17일 밤 나가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천m 결승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동성군의 어머니 유영희(柳英姬·51·서울 강남구 대치동 우성아파트)씨. 유씨는 TV로 아들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지난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남편 김태영씨(당시 54세)가 이 장면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종합선수권대회가 열린 태릉실내링크에서 아들의 레이스를 지켜보다 심장마비로 숨졌다. 2남1녀 중 막내인 김군이 스케이트를 시작한 대치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열성적으로 뒷바라지해 온 가장이었다. 유씨는 그런 정성을 쏟은 남편이 끝내 세계제패의 순간을 보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유씨는 딸 은진(恩眞·26)씨의 손을 꼭 잡고 ‘나가노 레이스’를 지켜보다 김군이 막판 극적인 추격전을 펼치면서 간발의 차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딸을 얼싸안았다. 이웃과 친지 10여명도 만세를 부르며 금메달의 기쁨을 함께 했다. 매일 새벽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하며 아들의 승리를 기원해 온 유씨는 “열흘 전 동성이가 전화를 걸어 4년 전 다친 무릎이 아프다고 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돌아가신 아버지의 정성을 생각해 더 열심히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수의 누나 은진씨도 “과묵한 편인 동성이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도 힘든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오늘 금메달을 따내 몹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