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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새해 새 각오

입력 | 1997-12-31 18:02:00


생각해 보면 우리는 그동안 너무 분수를 모르고 살아왔다. 원칙이나 정도(正道)보다는 비정상과 예외가 판을 친 세월이었다. 개발시대의 철 지난 신화에 젖고 낡은 의식의 틀 속에 갇혀 자기혁신을 게을리해왔다. 그 결과가 참담한 경제파탄이고 부끄러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다. 1998년을 맞는 새해 아침은 국난을 부른 반성으로 옷깃을 여미고 커튼을 열어야 한다. 국가의 기본인 헌법을 만들어 나라를 세운 지 50년, 그 반세기 동안 번영으로 이끈 개발논리는 한계에 부닥친 지 오래다. 공산주의의 몰락과 냉전종식 이후 국제사회는 엄청난 변화속에 새로운 질서가 지배하기 시작했다. 재빨리 거기에 맞는 생존논리를 개발하고 적응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타성에 젖어 숨가쁘게 전개되는 무한경쟁시대의 냉엄한 국제현실을 바로 보지 못했다. 아니 알고도 모른 체 외면을 해왔다. 기득권에 연연한 나머지 지도층부터 제몫 챙기기에 정신이 없었다. 국제사회가 여러번 위험신호를 보내고 경고를 했어도 귀담아 듣지 않았다. 갑작스레 부(富)의 기적을 이룬 나라에 대한 질시쯤으로 흘려버렸다. IMF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경고는 분명하다. 그런 식으로 살면 경제가 거덜나고 나라가 망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더불어 행세하며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실패한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거기에서 배울 수는 있다. 현 정권의 실책으로 빛이 바랬지만 변화와 개혁이란 단어가 지금처럼 절실한 때도 없다.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삶을 보존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기준으로 제도 관행 의식 체질을 바꿔야 한다. 자본과 상품의 국경없는 이동 속에 양(量)보다 질(質)이 우선하는 그런 시대다. IMF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개방사회다. 투명성과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리 개방을 해도 따돌림 받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딴 길이 없다. 이제 우리 모두는 원칙과 상식에 따라 정상적으로 살 생각을 해야 한다. 합리주의 효율성 근검절약 인도주의 정신이야말로 우리가 새롭게 가꾸고 신봉해야 할 이 시대의 가치들이다. 공동체 구성원 하나하나가 세계시민으로서 손색이 없을 때 비로소 우리는 국제사회의 믿음직한 일원으로 어울릴 수 있을 것이다. 낡은 껍질을 깨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세우는 일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우리는 벽돌 한장한장을 새로 쌓는 각오로 그것을 해내야 한다. 그러는 것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살리고 결국은 자기 자신을 위하는 길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어렵고 힘들 때 희망과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일은 역시 정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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