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원은 기업 자금난이 은행들의 이기주의 탓이라고 본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달러를 넉넉히 지원해줬고 정부도 원화자금을 충분히 살포,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꺼릴 이유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26일 『은행들이 기업들에 달러는 물론 원화자금도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에 자금을 공급해야 하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임창열(林昌烈)부총리는 은행들의 최대 고민인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기 위해 은행의 후순위채권 4조4천억원을 매입해준 만큼 은행들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안내놓는 은행들은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까지 공언했다. 재경원은 은행들의 추가대출여력이 30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기업들에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은행들에 BIS비율을 맞추라면서 기업대출을 늘리라는 요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재경원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통상산업부는 이와 관련, 『이제는 수출기업과 은행 가운데 정책 우선순위를 어느쪽에 둘 것인지 결정할 시점』이라고 밝히고 있다. 몇개 은행이 망하더라도 수출기업만큼은 살리겠다는 의지와 정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수출신용장 개설을 꺼리는 은행에 대해선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