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서울의 봄」 때도 두 김씨는 달랐다. 재야인사였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당선자는 군부의 동향을 걱정했으나 신민당총재였던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사태를 낙관했다. 그런 김대통령을 김당선자는 「턱없이 태평한 사람」이라고 봤고 김대통령은 김당선자를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고 평했다. 결과는 전두환(全斗煥)전대통령 등 신군부의 쿠데타로 나타났다 ▼김대통령이 낙천적 성격이라면 김당선자는 노심초사형(勞心焦思型)이라고 할까. 지금의 외환위기에도 김대통령과 경제관료들의 무능 무지 둔감 이외에 김대통령의 그런 성격이 작용했는지 모른다. 그나마 제대로 파악했는 지와는 별도로 김대통령이 사태의 심각성을 안 것은 불과 얼마전의 일이다. 게다가 경제관료들은 처음에는 몰라서, 중간에는 「국익」을 이유로, 막판에는 대통령선거를 의식해 실상(實相)을 덮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당선자는 외환사정을 듣고 『내일 파산할지, 모레 파산할지 모른다. 당장 숨이 넘어갈 정도로 급하다』고 말했다. 달러사정에 대해 김대통령이나 경제부처가 아니라 국제통화기금(IMF)협의단이 제일 먼저 놀라더니 김당선자가 두번째로 놀란 모양이다. 김당선자는 취임 이전에 모든 것을 알고 분명히 해두어야 취임 이후가 덜 괴롭고 책임 문제도 가려진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김당선자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달러값이 치솟는 등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대통령당선자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새삼스레 깨닫게 한다. 하지만 상황 악화를 김당선자의 발언 때문이라고 볼 것인가, 아니면 투자자들이 실상을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볼 것인가. 한때 경제관료들이 「국익」을 위해 실상을 밝히지 않았다지만 외국에서는 다 알고 있었고 그 결과가 국익을 가져오지도 않았다. 아플 때 아프더라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