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운동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등 3당총무들이 30일 경제국회 소집에 전격 합의한 것은 무엇보다 날로 심각해지는 경제상황을 더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을 수용한 결과다. 즉 경제가 끝없이 추락하는데도 각 후보 진영이 대선전에만 몰두한 채 위기수습을 외면할 경우 쏟아질 엄청난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경제국회에서 다룰 의제는 △금융실명제보완 △금융개혁법안 처리 △기업대출금회수 유예 △기업정리해고 및 임금동결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협상대책 등 5개항이다. 이중 핵심쟁점인 금융실명제 보완은 한나라당이 긴급명령을 폐지하고 기존 조세법체계로 흡수하되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유보하고 무기명장기채권을 발행해 지하자금을 흡수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대체입법을 하되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기간만 유보하자는 절충적 자세를 취하고 있고 국민신당은 무기명 채권발행 허용 등으로 금융실명제의 단점을 대폭 보완하자는 주장이다. 재계가 강력하게 폐지를 주장하는 금융실명제와 종합과세의 존폐 및 보완여부에 대해 각 당은 이처럼 조금씩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이 사실상 금융실명제 폐지와 다름없는 독자 법안을 마련해 단독처리를 시도할 경우 재계에서는 적극 환영하겠지만 시민단체와 학계 일각에서는 『완전폐지는 개혁후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아 대선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는 이미 국회에 대체입법안이 제출돼 있으므로 골격을 그대로 두고 보완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어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위 협의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간의 진통이 예상된다. 금융개혁법안 처리와 관련해서는 13개 관련법안 중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서 분리하고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하는 한은법개정안과 금융감독기구설치법안을 함께 통과시키느냐 여부가 쟁점이다. 이미 각 당은 분리처리 여부를 놓고 한바탕 격돌을 벌였었다. 현재로선 정파간에 이견이 없는 11개 법안의 분리처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일괄처리 방침을 고수한 청와대도 경제팀을 문책한 만큼 탄력적 태도를 취할 전망이고 국민회의도 복안이 있다는 입장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기업정리해고 및 임금동결의 경우 각 후보 진영은 고통분담차원에서 임금동결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정리해고도 대법원판례 등을 근거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일방적 희생 뿐 아니라 실업자구제 및 실질소득보장방안 등도 함께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각 당은 1일 총무 및 정책위의장 연석회의에서 회기 등 세부사항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18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 선거일을 감안할 때 회기는 일주일이내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