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25일 새벽과 오전(한국시간)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와 연쇄정상회담을 가졌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지원요청에 대한 주변강국들의 협조를 구하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김대통령의 요청에 이들 정상은 표현의 차이는 있었으나 한결같이 적극 지원의사를 밝혔다. 클린턴대통령은 『한국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범위내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주석은 『이웃나라 사이의 문제는 서로 관심을 갖고 지지태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하시모토총리는 『국제적 지원체계가 확보되는 대로 그 틀 속에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직접적으로 지원의사를 분명히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요국 정상들이 한국에 대한 지원입장을 천명한 것은 IMF의 결정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해외투자가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이었던 클린턴대통령과의 회담결과가 직접적인 지원의사가 아니라 다소 추상적인 다짐에 그친 것은 음미해봐야 할 대목이라는 게 외교가의 지적이다. 클린턴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애매한 표현으로 일관, 직접개입없이 사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지난 10월 인도네시아에 대한 3백30억달러규모의 국제적인 지원결정 때도 IMF 등 국제금융기관의 지원이 부족할 경우 지원한다는 조건으로 참여했었다. 지난 8월 태국에 대한 1백72억달러의 국제적 지원 때는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일본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 배경과 관련, 외교가에서는 「이번 기회에 아시아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자」는 의도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았다. 〈밴쿠버〓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