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검찰에 적발된 「변인호(卞仁鎬)씨 금융사기사건」은 경제불황기의 불안한 기업과 증시상황을 교묘히 악용한 범죄라는 점에서 악질적인 반사회적 경제범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기사건의 직접적인 피해규모는 주가조작에 따른 소액주주 수천명의 피해액까지 합친다면 1천8백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변씨의 사기에 동원된 부실어음이 시중에 대량 유통되고 있고 관련기업의 연쇄부도까지 우려돼 실질적인 피해는 그 이상이라고 검찰은 분석하고 있다.당초 반도체 경기호황을 타고 수출입 무역거래를 하면서 재력가로 행세하던 변씨는 96년 2월 반도체 가격폭락으로 1천5백만달러를 손해본 뒤 무역사기에 손을 대면서 본격적인 「금융사기꾼」의 길로 들어섰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무역사기를 하면서도 꾸준히 부채를 갚아오던 변씨는 지난해 9월 한보그룹의 융통어음을 배서해 할인해줬다가 한보부도로 2백60억원의 빚을 떠안게되자 「한건」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변씨는 결국 자금조달에 나선 기업체들을 상대로 어음할인 명목으로 접근해 1천억원대가 넘는 어음을 받은 뒤 이를 은행과 종금사에서 할인받는 수법으로 주가조작에 필요한 자금을 축적했다. 검찰수사결과 일부 대기업도 변씨에게 철저히 농락당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5대 재벌이 아니면 어음할인이 안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경색된 사채시장의 실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수사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변씨는 금융사기의 최대승부수를 당시 건실한 상장업체로 자산가치 1천억원대에 이르는 레이디가구의 공개매수에 걸었다. 자금은 어음할인 명목으로 기업체에서 받은 수백억원의 약속어음을 이용했다. 그러나 변씨가 자금조달 능력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대주주들이 보유주식을 매도하는 바람에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났고 변씨의 사기행각도 막을 내리게 됐다. 변씨는 「조부가 외무장관을 지낸 변모씨」라며 집안내력을 사칭했고 지갑에 30억∼40억원대의 어음과 수표를 갖고 다니며 과시할 정도의 사기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종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