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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인천 이병재-박창임씨 부부

입력 | 1997-11-25 08:08:00


『문제아는 부모가 만드는 겁니다. 아이는 억누르면 반항심에 오히려 더 엇나가죠』 인천 부평구 산곡3동에 사는 이병재(47·㈜부광비제이 대표) 박창임씨(44)부부는 요즘 둘째딸 솔이(부평서여중 2년) 덕분에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범생이」인 첫째딸 승희(이화외국어고 1년)와 달리 솔이는 덜렁대는데다 2년전부터는 가수에 푹 빠져 공부는 뒷전인 채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만 했다. TV쇼를 녹화해 춤 따라하기, 가수 이적에게 팬레터 쓰기, 라디오에 엽서 보내기가 주된 일과. 딸을 윽박지르고 잔소리하다 보니 감정의 골만 깊어 갔다. 상황이 바뀐 것은 어머니 박씨가 올봄 성당에서 열린 12주간의 「부모교육」 강좌를 듣고나서부터.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젠 아이가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즐겁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그 뒤 박씨는 솔이와 라디오를 같이 듣고 쇼프로그램 녹화와 인기가수 관련 신문기사 스크랩을 도맡아하며 딸의 열정을 이해하려 애썼다. 가수가 꿈이라는 솔이에게 『이적은 책을 많이 읽어서 방송원고도 직접 쓴다더라』며 자연스레 책읽기를 부추기면서 친구들과의 독서모임도 만들어줬다. 가수 브로마이드로 방안을 도배하는 딸을 보고 아버지 이씨도 『네 나이 땐 좋아하는 가수가 수시로 바뀌니까 너무 단단히 붙이지는 마라』고만 했다. 자신도 골프를 처음 배울 때 「미쳤던」 일을 떠올리면 그리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 가요를 몇 곡 작사작곡해 둔 솔이에게 20곡이 채워지면 CD에 녹음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승희에게도 공부 잘 하는 아이들만 모였다는 외국어고에서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중간만 해라』고 했다. 학원에도 일절 보내지 않는다. 두 딸에 대한 아버지의 욕심은 단 하나, 영어. 오랫동안 무역업을 하다보니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해 회화과외를 시켰고 친분있는 외국인의 자녀와 영어로 이야기할 기회도 만들어준다. 『저녁식사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사업을 키울 욕심도 버렸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늘 일찍 일어나요. 「집을 좋아하는 아이는 결코 비뚤게 나가지 않는다」는 확신 때문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무조건 믿으라는 박씨의 경험 한 토막. 어느날 버스로 30분이면 집에 올 솔이가 1시간반 후에야 나타났다. 걸어왔다고 했다. 「어디서 나쁜 친구랑 놀다왔지 그 먼 거리를 걸어오긴 뭘 걸어와」라고 생각하면서도 『걸어오느라 힘들었겠구나』고 말해줬다. 솔이는 감격하는 눈치였다. 밤에 잠자는 솔이의 발을 보니 물집이 있었다. 〈윤경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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