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 97년 가을 컴덱스. 내로라하는 미국 대형업체들은 기존 제품을 개선하는 정도에 머문 반면 일본 업체와 중소벤처기업들의 약진이 어느 해보다 두드러졌다. 인텔 사이릭스 AMD 등 당초 큰 기대를 모았던 반도체업체들은 화려한 퍼포먼스 홍보로 손님은 많이 끌었지만 MMX펜티엄칩 이후에 새로운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지 않아 많은 관람객을 실망시켰다. 가장 큰 규모의 전시부스를 차린 마이크로소프트(MS)도 차세대 운영체제인 윈도NT5.0의 윤곽을 발표한 것을 빼놓고는 이미 알려진 오피스 제품이나 윈도CE2.0 익스플로러 등을 홍보하는데 그쳤다. 애플 넷스케이프 선마이크로시스템 등 이른바 반(反)윈텔(윈도+인텔) 진영의 경쟁사도 지난 해에 비해 부스를 줄였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형업체중에선 IBM만이 유일하게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컴퓨터 음성인식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NEC 캐논 도시바 후지쓰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은 화려한 대형 부스를 차려놓고 초소형 노트북PC, 휴대용PC(HPC), 디지털 스틸 및 비디오카메라, 초박막액정화면(TFT―LCD) 등 뛰어난 디지털 신제품을 앞다투어 선보여 디지털 시장을 선도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했다. 핀란드의 노키아도 휴대전화로 쓰면서 뚜껑을 열면 개인휴대단말기(PDA)나 인터넷 단말기, 호출기로도 활용할 수 있는 복합휴대단말기 「9000i」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내년부터 8백달러선에 판매될 예정. 미국 벤처기업 암렐시스템(www.amrel.com)은 물 속에서도 쓸 수 있는 노트북PC를 선보여 작은 부스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몰렸다. 아이오메가 아바터는 각각 휴대용 대용량 저장장치인 「뉴 집 드라이브」 「샤크」를 내놔 컴퓨터마니아들 사이에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재택근무자 개인사업가들을 대상으로 한 프린터 복사기 겸용 스캐너, 인터넷전화기, 무선통신이 가능한 노트북PC 등의 신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라스베이거스〓김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