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재정경제원 한국은행의 최근 행태를 보면 과연 벼랑끝으로 몰리는 외환위기의 실상을 알고나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오히려 외국정부나 국제기구 외신들이 더 걱정하는 모습이다. 금융과 경제안정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한국은행은 서로 네탓이라며 밥그릇 싸움으로 허송세월하고 국회는 대선에만 매달려 개혁입법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은행장들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선 데서도 외환사정의 심각성을 실감한다. 당국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외화(外貨)차입이 더는 어렵고 은행만으로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뜻이다. 달러에 대한 매매기준 환율이 17일 사상 처음 1천원을 넘어섰고 최근 소강상태이던 주가도 다시 500선이 무너졌다. 정부가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증시와 외환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당장은 외화보유를 안정적인 수준으로 늘려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급하다. 외환보유고 3백억달러는 평소라면 몰라도 지금 상황에서 환율시장 안전판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다. 성장률 물가 재정 금융정책 등 사사건건 간섭을 감수하고라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정부는 해외신용도를 회복해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의 외화차입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IMF구제금융이라는 치욕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외화공급 확대와 함께 한국경제 전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 실물경제활성화 규제혁신 등 가시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할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곧 발표할 금융시장안정대책도 그런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