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의 임하호 주변지역은 마치 지진이 지나간 듯 곳곳에 깊은 상처가 나 있었다. 임하호를 가로질러 건설된 수곡교와 마령교는 지반의 침하로 교각이 휘어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아슬아슬했고 주변 34번 국도와 935번 도로는 곳곳이 솟아올라 울퉁불퉁했다. 본보 취재팀이 11,12일 이틀간 안동대 지구환경과학과 정교철(鄭敎澈)교수와 함께 둘러본 임하호 주변지역은 곳곳에서 불안한 징후가 포착됐다. 특히 임하댐 건설후 7백여명의 수몰지역 주민이 집단이주한 중평마을 2백여채의 가옥은 뒤틀린 채 유리창이 깨지고 무수히 많은 금이 가 있었으며 문이 제대로 닫히는 집이 없을 정도였다. 정교수에 따르면 임하호 주변 지층은 풍화되거나 물기를 잘 흡수해 윤활작용을 일으키는 혈암층(셰일)과 사암층(샌드스톤)으로 이뤄진 퇴적암층. 임하댐 건설이후 퇴적암층이 높아진 수면에 쓸려내려가고 지반 곳곳에 자리잡은 단층이 암반을 블록화,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면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정교수의 주장. 정교수는 『임하호 주변 건물이나 도로는 움직이는 지반위에 놓여진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라며 『댐 건설이후 정밀한 지질조사 없이 마을과 도로가 건설돼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지각변동에 따른 피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수곡리와 34번 국도 사이에 건설된 길이 4백50m의 수곡교. 89년 총공사비 32억원을 들여 완공한 수곡교는 계속된 지반침하 현상으로 다리를 받쳐주는 1,2번 교각이 호수쪽으로 51㎝나 밀려나 있다. 또 여러차례의 보수공사에도 불구, 상판과 교각의 이음새 부분이 볼펜 하나가 빠져나갈 수 있을만큼 벌어져 있었다. 34번 도로를 사이에 두고 구릉지역에 계단식으로 형성된 중평마을. 2백17가구 7백여명이 살고있는 이 마을 주택중 가장 피해가 심한 김영동(金永東·69)씨의 양옥집은 2층으로 올라가는 외부 계단이 건물벽에서 아예 떨어져 조마조마하게 걸려있다. 김씨는 『비행기는 말할 것도 없고 큰 트럭이 지나갈 때면 집이 들썩들썩한다』며 『밤마다 불안해서 잠을 못이룰 정도다』고 호소했다. 또 지반이 임하호 방향으로 서서히 내려앉으면서 윗마을 전체를 받치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옹벽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한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있다. 이 옹벽 밑으로 뻗어있는 34번 국도를 따라 영덕과 포항으로 향하는 차량이 쉴새없이 오가고 있어 옹벽이 무너져내릴 경우 대형참사의 위험마저 없지않다. 수곡교에서 2㎞가량 떨어진 마령교(길이 1백80m, 폭 8.5m) 역시 교각 아래에 대형 축대를 쌓아 지반침하를 겨우 견디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측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임하댐 관리소 김형곤(金亨坤)관리부장은 『임하호 주변의 상태는 지각변동의 문제가 아니라 성토작업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국지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임하댐의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여러 징후들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정밀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교수는 『임하호 주변에서 어떤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지 육안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임하댐 자체의 안전성문제를 포함한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동〓이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