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신한국당 탈당이후 여당이 없어진 상황에서 고건(高建)국무총리의 총리실이 종래 청와대 정무비서실과 여당이 맡아 해오던 대국회 법안처리독려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현재 정기국회엔 당면현안인 금융개혁법안 등 61개 법안이 상정돼 있다. 고총리는 특히 금융개혁법안의 국회통과를 위해 지난 11일부터 재경위 소속 여야의원 20명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또 고총리는 조건호(趙健鎬)비서실장이하 정무비서팀을 국회내 총리집무실에 상주시켜 법안처리를 독려토록 하고 있다. 정무비서팀은 국회 각 상임위에 나가 있는 부처 기획관리실장 등 정부관계자들을 독려, 법안들이 차질없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지휘하는 한편 각 부처의 애로사항을 고총리에게 긴급연락, 고총리가 직접 나서 문제를 해결토록 하고 있다. 고총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의원은 설득하고 법안통과에 소극적인 장관에게는 압력을 넣어 「열심히」 뛰게 하고 있다. 고총리는 지난달 31일 국민회의 자민련 정책위의장과 잇달아 오찬 만찬을 가진데 이어 17일엔 제1당인 신한국당의 정책위의장단과 함께 오찬을 하기로 했다. 고총리의 이같은 역할증대는 청와대 주례보고시 김대통령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겠지만 대통령임기를 얼마 안 남겨 놓은 시점에서 국정운영 중심이 서서히 청와대에서 비정치적인 총리실로 옮겨가고 있는 징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윤정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