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재판장님께. 손끝까지 시린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은 초겨울의 날씨보다는 우리 기아인들의 마음이 너무도 서럽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시작부에서 일하는 구수일씨는 12일 기아의 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지법 이규홍(李揆弘)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심경과 희망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구씨뿐만이 아니다. 서울지법에는 11일부터 기아자동차의 소하리공장과 아산만공장 근로자들이 『기아를 우리 손으로 살리게 해달라』며 쓴 호소편지가 속속 답지하고 있다. 12일까지 재판부에 접수된 편지는 모두 3천여통. 이들이 보낸 편지에는 평생직장을 꿈꾸다 회사의 부도를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근로자들의 슬픔과 애환이 구구절절이 담겨있다. 아산만공장의 황모씨는 『회사가 부도나자 아내는 저에게 부담이 될까 두려워 친정 신세를 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소하리공장의 이모씨는 『10년만에 장만한 아파트의 전세보증금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어렵게 모아온 적금을 모두 회사에 빌려줬다』고 적었다. 시작부의 곽모씨도 『생활비가 모자라 아이들에게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일일 학습지까지 중단했다』며 답답한 심정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회사를 회생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기아가 화의를 원한 것은 3만명의 종업원과 회사, 그리고 많은 부품업체들의 사활을고려한것이었다』며『법정관리를 철회하고 제삼자 인수를 막아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한편 재판부는 3천여통의 편지가 밀려들자 기아 본사직원을 지원받아 처리하고 있다. 법원에 지원나온 본사 자금부 백승원(白承原)씨는 『공장 직원들이 회의를 거쳐 모두 친필편지를 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원들은 회사가 법정관리를 거쳐 제삼자에 넘어가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호갑·신석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