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오슬로 대인지뢰회의에서는 한반도의 대인지뢰문제가 주요 이슈중 하나로 거론됐다. 이는 한반도가 더이상 군축의 「사각지대(死角地帶)」가 될 수 없음을 상징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한반도는 군축과는 무관한 지역으로 인식됐었지만 90년대 들어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크게 두가지 점 때문이다. 우선 남북한은 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함으로써 유엔이 중심이 된 각종 군축노력에 더이상 등을 돌리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냉전종식으로 군축협상이 미소(美蘇)나 동서진영간 양자협상에서 다자협상의 형태로 바뀐 것도 이를 회피하기 힘들게 만든 요인이 됐다. 국제적 군축노력에 대해 한국은 전반적으로 적극적인 입장이나 북한은 국제여론과 실리를 함께 고려, 명백한 반대나 찬성없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 핵 ▼ 93년 북한의 핵위협으로 큰 곤욕을 치렀던 정부는 핵확산방지를 위한 조약과 협상에 적극 가담하면서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는 없는 상태다. 북한은 핵동결 약속의 대가로 얻은 경수로가 이미 착공됐음에도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결정을 철회치 않고 유보하고 있다. 또한 유엔이 지난 해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의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을 채택한데 대해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한국은 NPT회원으로서 성실한 의무수행과 함께 CTBT에도 공동제안국으로 참여, 조약에 이미 서명했으며 내년쯤 비준할 예정이다. ▼ 화학 생물무기 ▼ 화학무기금지협약(CWC)과 생물무기금지협약(BWC)은 대량파괴무기 비확산을 위한 대표적 협약들이다. 이중 정부가 특히 관심을 쏟는 분야는 지난 4월 발효된 CWC다. 북한의 막강한 화학무기 생산능력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CWC이행기구인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초대이사국으로 활동하면서 북한의 CWC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BWC에는 회원국으로 있다. BWC가 검증절차조차 없는 「상징적 협약」에 머물고 있어 부담을 덜 느끼기 때문이다. ▼ 재래식무기 ▼ 탱크 장갑차 항공기 등 7대무기의 거래실적을 매년 보고토록 규정하고 있는 「유엔 재래식무기 거래등록 프로그램」에 한국은 93년부터 참여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가장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는 군축협상은 대인지뢰 전면금지협약 마련을 위한 「오타와 프로세스」다. 오슬로회의에서 정식참가국인 미국과 옵서버국인 한국은 「한반도 예외」주장을 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기타 ▼ 노동1호 등 북한의 각종 미사일은 남한은 물론 일본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북―미(北―美)미사일협상을 통해 북한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편입시키려 하고 있지만 북한이 이에 동의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반면 정부는 한국이 사거리 1백80㎞이상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도록 묶어 놓은 「한미미사일보장서」의 개정노력과 함께 MTCR가입을 희망하고 있다. 〈문 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