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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금동근/『고교생 사장이 봉인가요』

입력 | 1997-11-02 19:49:00


『사장이 되지 말 걸 그랬나』 PC통신을 통한 컴퓨터조립 사업을 하고 있는 「고교생 사장」 조성준군(17·서울 은곡공고2년). 조군은 요즘 들어 부쩍 이런 생각이 자주 떠올라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지난해 여름. 취미삼아 시작한 일을 본격 사업으로 전환했을 때만해도 사업은 순조로웠다. 네티즌들 사이에 실력이 알려지면서 심심찮게 주문이 들어왔고 매스컴(동아일보 6월24일자 17면 보도)을 탄 뒤로는 주문이 폭주했다. 그러나 순탄가도를 달리던 조군의 앞을 「현실」이라는 벽이 가로막았다. 『어떻게 해서든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무조건 얕잡아보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손님이 많아요』 「학생이 뭘 그리 돈을 밝히느냐」며 턱없이 물건값을 깎으려드는 사람, 사소한 고장인데도 오전 2시에 전화를 걸어 당장 고치러 오라고 윽박지르는 사람…. 심지어는 며칠밤을 고생해서 번 「용돈」을 털어가려는 어른도 있었다. 몇달전 세무소 직원을 사칭한 사람으로부터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을 하면 불법인데 50만원만 주면 눈감아주겠다』는 연락이 와 속아넘어갈 뻔했던 것. 조군은 최근 이같은 고충을 PC통신에 올렸다. 또래 친구들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사장이 된 게 요즘은 싫어집니다. 주위 어른들이 컴퓨터 관련 일만 생기면 낮이건 밤이건 호출을 하고. 사기를 치려는 사람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제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같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는 조군은 요즘도 방과후면 어김없이 용산 전자상가로 향한다. 그러나 불뚝불뚝 그의 가슴 한 구석에 『빌 게이츠는 나같은 문제로 고민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는 생각이 치민다. 〈금동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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